배달의민족, '간식가방' 이벤트 열었다가 역풍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앞.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앞. [사진=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지난 19일 배달기사에게 간식을 전해주는 '간식가방'을 앱 이용자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다가 6시간 만에 접었다. 일부 소비자와 배달기사들로부터 "회사에서 해줘야 할 복지를 왜 소비자에게 떠넘기느냐"는 불만 섞인 반응이 나와서다.

19일 오전 9시 배민 앱과 소셜미디어 계정, 유튜브 채널에 "배달 기사님들께 응원 메시지를 적어 신청해주세요"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다음 달 9일까지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3000명을 뽑아 '고마워요 키트'를 나눠준다는 내용이었다. 이 키트는 간식 가방, '기사님 덕분에 오늘도 행복해요'라고 적힌 스티커, 배달 음식을 올려놓는 매트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간식 가방은 소비자가 배달 기사를 위한 음료나 간식을 넣어서 고마움을 표현하라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다.

배민 측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에서 사회가 다 멈췄을때 실핏줄처럼 우리 삶을 지탱해온 배달기사, 택배기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배달기사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소비자에게 감동한다는 반응이 많았고 소비자들도 배달기사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주길 원해서 키트를 제작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회사가 제공해야 하는 복지를 왜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인가"라는 반응이 연이어 올라온 것이다. 음식 리뷰를 하는 커뮤니티와 소비자 온라인 모임에서는 "우리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따로 팁까지 챙겨줘야 한다는 말인가", "배달기사를 향한 갑질이 늘 안타까웠는데 회사의 이런 방침은 오히려 배달기사 보는 것을 불편하게 만든다", "배달기사도 사람인데 간식이 없는 집에 정이 가겠느냐", "가방에 간식이 없으면 더 힘 빠질 것" "회사는 소비자에게 호의를 강요하지 마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배달 기사 측의 입장을 대변한 댓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걸 보니 회사가 배달기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껴진다"며 아쉬워했다.
[사진=배달의 민족 어플 캡쳐]

[사진=배달의 민족 어플 캡쳐]

배달기사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배달기사 권익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물과 간식이 앱 이용자의 개인적인 선의라면 좋지만 배민이 이런 이벤트를 벌인 건 모욕적"이라며 "우리를 불쌍하게 보이게 했고 회사에서 책임져야 할 복지를 소비자에게 떠넘겼다. 우리가 배민에 줄곧 요구한 건 간식이 아니라 처우 개선이었다"라고 강조했다.

배민은 이 이벤트를 시작 후 6시간 만인 19일 오후 3시 종료했다. 우아한형제 측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 전가나 강요는 아니었다"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조기 종료했다"고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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