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물 명의로 처방전 발급해 준 의사…벌금 300만원 확정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무인’ 명의로 전문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해준 한 의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마취과 전문의인 A씨는 2016년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B씨에게 허무인 C씨의 명의로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해 줬다. 의료법에는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해 환자 등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검찰은 A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허무인에 대한 처방전을 제3자에게 건네는 행위는 의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취지는 처방전이 특정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를 확인 없이 기재함으로써, 특정인에 대해 잘못된 투약이나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데 있다”며 “허무인의 경우에는, 실존 인물을 허무인으로 가장하는 등 행위가 없다면 의료법에서 막고자 하는 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이 의료법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고 보고,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의료법 원칙상 처방전의 작성 상대방(진찰 대상자)과 교부 상대방이 동일해야 한다”며 “처방전 발급 및 교부의 전제가 되는 진찰행위 자체가 없었던 이상, 처방전에 기재된 환자가 허무인이라고 하여 달리 평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