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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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제게 학교폭력을 행한 소위 우리 학교 '짱'이라는 녀석이 지금은 경찰이 됐습니다. 정의가 살아있다면 이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으로 사실상 무기한 코트에서 퇴출된 상황에서 이십 년을 참고 지내온 학폭 트라우마를 공개한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30대 남성 A 씨는 15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학폭 가해자가 경찰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무려 20여 년 전 이야기지만 학폭이 아직도 제게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중학교 3년간, 저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반에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 "실내화 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교복을 입고 집에 갔다가 누나와 엄마에게 추궁을 받으면 사춘기 시절이라 오히려 그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초등학교 시절부터 게임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아이템을 모두 털어가고 저를 친 주먹이 아프니까 입으로 호~ 해달라고도 하고 태권도장에서 배운 기술을 저에게 연습하기도 했다"면서 "3년 동안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금품 강탈과 협박과 폭력을 가해 왔는데 정신적으로 미치지 않은 제 멘탈이 스스로 신기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가해의 중심에 있던 학생이 서울의 경찰서에서 경찰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에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회의감이 들어서 글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 네티즌들은 "해당 경찰서 게시판에 글을 올려라"라고 울분을 토했지만 일부는 "밀양 성폭행범 동조자도 경찰이 돼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한계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흥국생명의 이재영, 이다영 자매에 대해 ‘국가대표 무기한 박탈’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배구협회는 이날 “이재영-이다영의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징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다영은 자신의 SNS에 누군가로부터 당한 고통을 폭로하려다가 자신들이 중학교 시절 저지른 학폭 폭로를 유발시켰다. 폭로자는 이재영과 이다영이 중학교 재학 시절 자신들에게 학폭을 저질렀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흥국생명 구단도 이날 ‘무기한 출전 정지’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이들의 학폭 혐의가 드러나자 OK금융그룹 소속 배구 남자 선수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교폭력 전력도 최근 폭로됐다. 13일 과거 피해를 공개한 이는 “폭력은 세월이 흘러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송명근은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부 시인한다”며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자숙하는 의미로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원일 셰프는 아내 김유진 PD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김 PD의 학폭 전력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원일 셰프는 폭로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며, 방송 활동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TV조선 ‘미스트롯 2’에 출연한 가수 진달래가 학폭 혐의로 사과한 후 방송에서 중도 하차했다.

최근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전력이 대거 공개되는 현상은 과거에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없었던 데 반해 최근에는 SNS와 각종 커뮤니티의 발달로 피해사실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가슴에 묻고 살다가 그들이 유명세를 타고 방송활동을 하면서 자신에게 보였던 모습과 상반된 모습으로 사랑을 받게 되면서 당시 겪었던 트라우마로 고통을 느끼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이 학폭으로 약자인 학생에게 피해를 준 사실이 명확하다면 모든 사람들의 우상으로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좋다"면서 "요즘은 SNS 발달해 있어 '과거 잘못을 좀 저질렀더라도 시간이 지났으니 잊혀졌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가는 과거 피해자들에게 두 번 상처를 주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