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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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수행비서 면직 논란으로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열악한 고용안정성이 재조명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3법(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이 개정됐는데, 의원 보좌진 노조가 첫 적용사례가 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등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보좌진들은 지난해 말부터 노조 설립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고용노동부에 노조설립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리운전 기사 노조, 택배 기사 노조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노조 결성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보좌진노조 신청서가 제출되면 특별한 절차 상의 하자가 없는 한 신고증은 교부될 전망이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이른바 '파리목숨'으로 불릴 만큼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관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좌진들에게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30일 전 예고하도록 돼있는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상시해고 위험 뿐만 아니라 4년마다 새 직장을 찾아야하는 구직난을 겪는 것도 이들의 운명이다. 특히 지난해 4·15 총선처럼 여야의 의석 수가 급변하는 경우, 의석 수가 줄어든 정당의 보좌진들은 그야말로 대량해고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한 의원은 "선거 때 도와줬던 지역구 관계자들의 보좌진 채용 민원이 너무 많았다"며 "가급적이면 알고 지내던 의원실 보좌진들을 채용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한 명이 채용할 수 있는 보좌진은 총 9명이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7급, 8급, 9급, 인턴 비서 각 1명씩이다. 의원 한 명당 9명씩, 전체 국회의원 수 300명을 감안하면 2700명이 속칭 '영감님'으로 불리는 '사장(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의힘 의원실 보좌진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이유다.

보좌진들의 노조 결성 추진에는 지난해 12월 공무원노조법 개정도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정 공무원노조법은 기존에는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만 노조 결성을 허용했으나 법개정으로 가입범위 제한 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6급 이하 보좌진(비서)들만 노조 결성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개정 공무원노조법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보좌진 노조 결성 문제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서 먼저 나온 것도 이례적"이라며 "투쟁을 하겠다는 목표가 아닌 만큼 노조 결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