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집을 팔면서 세입자로 계속 거주하는 경우 유의점 [정혜진의 돈 되는 부동산法]
A씨는 최근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을 사겠다는 매수인이 나타났다는 공인중개사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A씨가 그 집에 매매계약일 잔금일로부터 2년간 전세 세입자로 거주하는 조건이었다.

통상 당장 내야 할 매매대금 부담을 줄이려는 매수인과, 분양받기로 한 아파트 입주 전까지 살고 있는 집에 계속 거주해야 하거나 이사 나갈 집을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는 등의 필요로 실거주가 필요한 매도인의 요구가 맞는 경우 위와 같은 형태의 계약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이미 그 집에 주민등록이 마쳐져 있는 매도인 A씨는 매수인과 체결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만 받아두면 전세보증금에 대해 우선변제적 효력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A씨는 소유자로서 해당 주소지에 주민등록을 해 놓았던 것이므로 이 상태에서 이뤄진 주민등록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대항력 인정의 요건이 되는 적법한 공시방법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32939 판결 등 참조).

즉 제3자 입장에선 A씨의 주민등록이 소유자로서의 그것인지, 세입자로서의 그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주민등록이 대항력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시방법이 되려면 그 점유관계가 임차권을 매개로 하는 점유임을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씨의 주민등록이 대항력 인정의 요건으로서의 주민등록이 되는 날은 언제일까. 바로 매수인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날 이후이다. 그래야 A씨의 주민등록이, 소유자로서의 주민등록이 아니라 세입자로서의 주민등록임을 제3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임차인의 대항력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당일 소유권자로서의 권리가 바로 생기지만, 세입자가 된 매도인은 그 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긴다.

이에 대하여는 부산에서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당일 설정된 근저당권자의 채권과 세입자가 된 매도인의 보증금 중 어떤 것이 선순위인지가 문제된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당일 세입자가 된 매도인도 대항력이 생긴다고 본 1심 법원과 달리, 항소심 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다음 날’ 임차인의 대항력이 생긴다며 근저당권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옳다며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다70556 판결). 특히 이 사례에서는 임차인이 매도인의 아내였지만 법원은 부부가 같이 거주하여 온 이상 매도인과 임차인이 동일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 법리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잔금을 치르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당일 그 집을 담보로 대출 등을 받을 경우 세입자가 된 매도인보다 그 담보대출의 채권자가 더 선순위의 채권자가 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로 인하여 매수인이 빚을 갚지 못하여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매도인으로서는 선순위 채권자가 가져가고 남는 돈이 있는 경우에만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드물긴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3월, 서울 반포동에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하겠다고 매도인을 유혹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 받은 당일 대부업체로부터 주택 가액의 90% 상당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매수인이 잠적하는 사기 피해가 있었는데 이로 인한 매도인의 피해액은 전세보증금인 12억 5000만원에 달했다.

따라서 매도인이 매매계약과 동시에 매수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정혜진 <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변호사 >

△ 고려대 교육학과‧국어교육학과 졸업
△ 전 동아일보 기자 (2006-2014)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제7회 변호사 시험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