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곡선의 미를 자랑한다. 지붕의 처마와 추녀는 유려하게 이어지고, 천장도 매끄러운 곡선의 멋을 살리고 있다. 이 같은 곡선의 포근함에 한옥에 들어서면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20여 년간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김종식 전 타타대우상용차 사장(65)은 이런 이유로 한옥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다. 은퇴 후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곡선적인 삶’을 살고 있는 김 전 사장을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한옥에서 만났다. 곡선의 미, 한옥의 재발견김 전 사장은 최근 이곳을 종종 찾는다. 5년 전 새로 지은 한옥으로 프랑스 조향스쿨 GIP의 아시아대표부인 센트바이가 지난 7월부터 임차해 쓰고 있는 공간이다. 외부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내부는 모던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한옥에 들어서면 곡선이 주는 포근함을 느낍니다. 전통이 주는 특별한 감정이 배어 있죠. 한옥 기둥 중에 나무가 휘거나 갈라진 부분도 있지만 불안함보다는 친근함을 느낍니다. 이런 곡선적인 공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포함해 고유의 곡선적인 문화를 만들어온 것 같아요.”외국계 기업에서 오래 일한 김 전 사장은 “서양은 목표를 향해 곧바로 직진하는 직선적인 관계를 추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근대 이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인들은 지난 수십 년간 직선적인 관계를 통해 극도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 커졌다”고 했다. “이런 불안감 속에 갈수록 많은 사람이 안도감을 찾아 편안한 곡선의 공간인 한옥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김 전 사장은 1986년 미국 엔진업체인 커민스엔진에 입사해 1991년 커민스코리아 사장을 시작으로 커민스엔진 동아시아 총괄대표를 거쳐 타타대우상용차 사장까지 약 20년간 외국계 회사의 CEO로 일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서 세계 곳곳을 누비는 노마드(유랑)적 삶을 살았다”며 “그 때문에 어느 공간에 가든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CEO로서 매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선적인 삶을 살아왔던 김 전 사장은 2012년 은퇴 후 후학을 양성하는 곡선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서울종합과학대학원과 한양대 기술경영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하며 CEO로서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고 있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전·현직 전문경영인들의 모임인 ‘CEO지식나눔’ 상임대표로 그들의 경험을 청년 창업가에게 전수하는 일도 했다. 지중해에 필적할 남해의 아름다움은퇴 이후 삶은 ‘길’이라는 공간이 주무대가 됐다. 2006년 시작한 모터사이클은 은퇴 이후 중요한 일상이 됐다. 지난달 친구들과 모터사이클로 함께한 남도 여행은 한국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시간이었다. 집이 있는 분당에서 출발해 통영을 거쳐 거제도의 끝자락 장승포까지 가는 긴 여정이었다.“모터사이클을 타고 꼬불꼬불한 남해안 도로를 달리는데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해안도로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해안은 보석 같은 공간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저평가한 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화려하거나 과하지 않은 순박함 속의 편안함을 느꼈죠. 남해안 아름다움의 재발견이라고 할까요.(웃음)”요즘엔 자전거 길에 심취해 있다. 주말마다 자전거 길을 달린다는 김 전 사장은 “10월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핀 경기 양평의 자전거길을 달리면 무한한 편안함을 느낀다”며 “시원한 공기,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고 했다.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전남 목포시가 지속 가능한 미래먹거리 마련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본격화한다.정부가 추진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및 친환경 선박 클러스터 조성 등의 사업을 목포의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맞물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다.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은 48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8.2기가와트(GW)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산업이다.목포시는 지난해 국내 1호 ‘국가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에 대양산업단지와 목포신항을 포함시켜 해상풍력발전단지의 기반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에너지 특화기업 입주와 공공기관 우선구매, 각종 보조금 지원 비율 확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어 기업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시 관계자는 “앞으로 신안 해상에 조성할 풍력발전단지에 대형 기자재를 실어나를 전용부두와 기자재 생산단지를 구축한다”며 “목포 신항은 신재생에너지 거점항으로, 신항 배후부지 및 대양산단은 해상풍력 관련 기자재·부품 생산 단지로 육성한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계획은 국비 2180억원을 투입하는 정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도 반영됐다.대양산단에는 추가로 315억원을 들여 해상풍력 융복합산업화 플랫폼(건축 연면적 3465㎡)도 구축할 계획이다. 1만2722㎡ 규모 부지에 들어선 해상풍력 융복합플랫폼은 입지 개발부터 유지 보수까지 해상풍력산업의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한다.목포시는 선박 친환경화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남항에 국내 첫 친환경 선박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첫 번째 사업으로 450억원(국비 268억원 등)을 투입하는 ‘전기추진 차도선 및 이동식 전원공급시스템 개발사업’에 들어간다.전기추진 차도선(여객과 차량이 동시 탑승하는 선박)은 기존 디젤 엔진 대신 전기를 활용해 소음과 진동이 적고, 매연·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동식 전원공급시스템(배터리)을 차량 형태로 제작해 해양 분야에 적용한 세계 첫 전기 선박이다. 목포시는 국내 연안을 운항하는 차도선에 우선 보급하고 차후 어선 등으로 보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후속 사업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연료 개발 사업에도 착수한다. 500억원을 들여 ‘친환경선박 혼합연료 기술개발 및 해상 테스트베드’를 클러스터에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시 관계자는 “전기추진 차도선 개발과 친환경 선박 해상 테스트베드 구축, 친환경 대체연료 추진 등 선박 기술고도화 사업이 이뤄지는 남항은 명실상부한 국내 친환경 선박산업의 거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목포시는 지난달 전남도청에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등과 친환경 연안선박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순항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목포시는 풍력발전산업, 친환경선박산업과 같은 미래전략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국가공모사업에 선제 대응해 성과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김종식 목포시장(사진)은 “신재생에너지 기업 유치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지역에 새로운 산업구조가 마련될 뿐만 아니라 경제 또한 단단한 토대 위에서 성장할 것“이라며 “추진하는 사업을 꼼꼼하게 챙겨 목포시가 100년 동안 먹고살 수 있는 미래 산업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목포=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전라남도 목포시와 신안군이 행정통합을 본격화한다. 김종식 목포시장과 박우량 신안군수가 통합에 공식 합의하면서다. 목포시와 신안군이 통합에 성공하면 인구 30만 명, 예산 2조원대의 전남 1위 도시로 급부상한다.20일 목포시·신안군에 따르면 김 시장과 박 군수는 지난 10일 목포해양대에서 열린 ‘신안-목포 통합 토론회’에서 논의를 거쳐 17일 통합에 공식 합의했다.무안반도에 속한 목포시, 신안군, 무안군은 1994년부터 여섯 번이나 통합을 추진했지만 주민여론조사에서 무안군이 줄곧 반대해 무산돼왔다. 무안을 제외한 목포와 신안의 자치단체장이 통합에 합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자치단체는 이르면 오는 9월 실무위원회를 꾸리고 통합 준비 절차를 밟기로 했다.목포는 일제강점기 ‘3대 항 6대 도시’에 속할 만큼 국내 주요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남에서도 여수, 순천 등에 밀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안(655.8㎢)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목포의 좁은 면적(51.6㎢)이 도시 외형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합이 이뤄지면 전남도청 소재지의 배후도시로서 인구 30만 명대의 서남권 관광거점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목포시는 설명했다.두 자치단체는 산업 발전과 예산 절감에도 득이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해상풍력 배후단지 조성과 신재생에너지 융복합단지를 연계하면 5000여 명의 직접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낭만항구·해상케이블카 등 목포의 관광자원과 신안의 1004대교, 다도해 등을 묶으면 해양 관광산업 활성화도 가능하다.동일 생활권 확대로 신안 섬 주민들의 생활편의 향상도 꾀할 수 있다. 조직과 인원 감축으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치단체별로 운영하는 공공시설물의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어 예산 절감에도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행정구역 통합 시 지원하는 특별교부금도 10년간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통합 제안을 먼저 건넨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과 목포의 통합은 낙후된 전남 서남권을 발전시키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종식 목포시장도 “신안과의 통합은 신재생에너지 및 해양관광 분야 등 산업 시너지와 정부 재정 지원 등 많은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두 자치단체의 통합 방식은 ‘주민투표’가 유력하다. 투표는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100분의 1 이상~50분의 1 이하 범위로 이뤄진다. 2014년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통합 당시 주민투표를 거쳐 주민 반발 없이 이뤄냈다. 신안군 관계자는 “시장·군수 또는 의회가 통합할 것이 아니라 주민투표를 거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다만 통합 시한에 대해선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김 시장은 2024년 총선과 함께 통합시장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내다본 데 비해 박 군수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6년 7월을 통합 시점으로 잡고 있다.목포·신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