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만여명 변호사들의 수장을 뽑는 제 51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가 오는 25일 치러진다. 사상 최다인 5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만큼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진행할 가능성도 크다. 결선투표일은 오는 27일이다.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신문이 각 후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순서는 후보자 기호 순서를 고려했다.

황용환 후보자(사법연수원 26기)는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20년 넘는 회무 경력을 자랑한다. 누구보다 경륜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가장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출마의 변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변협을 만들겠다” “‘직역 수호’를 넘어 ‘직역 탈환’에 나서겠다.”
[협회장 후보자에게 듣는다] 황용환 "사회정의 위해 행동하는 변협 만들겠다"

▶ 회무 경험이 상당히 많습니다.

“후보들 가운데 변협과 서울변회에서 사무총장을 모두 지낸 이는 저밖에 없습니다. 누구보다 협회에 애착이 강하죠. 협회에 채무도 있는 셈입니다. 그런 저에게 많은 선후배들이 제게 ‘변협이 이런 모습이어선 안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변협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 변협 본래의 역할이 무엇인가요?

“말을 해야 할 때 말을 하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는 것이죠. 변호사법 제1조를 잘 아실 겁니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합니다. 변협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 정권 시절부터 정의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법치주의가 위기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는데도, 변협이 마땅히 내야 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국민과 회원들은 변협이 변협다운 목소리를 내길 바랍니다.”

▶ 변호사들의 의견도 다양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게 쉽진 않겠습니다.

“제가 갈등 조정을 잘 합니다. 여야 추천 위원들이 대립을 보이는 모 위원회에서 과거 (원만한 조정을 위해) ‘황변이 오면 좋겠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두루 친합니다. 먼저 부모님이 실향민이라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습니다. 민변의 활동에도 상당히 동조하고 있고, ‘세월호 사건’ 당시 시위 현장에 제가 있었습니다.”

▶ 변협 회장의 정·관계 진출을 금지하겠다고요.

“비판은 하되 변협 회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정·관계에서 자리를 준다고 해서 받으면 안될 뿐더러, 개인의 영달을 위해 변협 회장 자리를 이용해선 더더욱 안됩니다.”

▶ 법조시장이 어려워지다 보니 ‘직역 수호’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대답하기 전에 잠깐. 저는 ‘직역 수호’라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대신 ‘직역 탈환’이나 ‘직역 수복’이란 표현을 사용합니다. 수호라는 개념은 수성을 전제로 하는데, 그러면 또 뺏길게 남아 있다는 말입니다. 유사직역의 신규 진입을 막아야 합니다. 법무사나 세무사 등을 폐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두더라도, 새로 (법무사나 세무사 등을) 뽑지 말아야 합니다.”

▶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했는데, 황 후보가 직역 탈환을 제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결국 입법적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의 주장이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전공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고,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직역 침탈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겠습니다. 설득을 하려면 상대방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다른 후보에 비해 훨씬 많은 경륜과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후보자와 중량감이 다릅니다. 연륜도 제가 후보들 중 가장 많습니다(웃음).”

▶ 직역침탈 문제와 관련해 현 집행부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현 집행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변협 사무총장으로 일하던2016년 행정사법 개정안 통과를 막아냈습니다. 당시 행정사법 개정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또 세무사법 개정 저지를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특허변호사회 설립을 주도해 변리사의 직역침탈에 강력 대응했습니다. 직역탈환 문제에 있어선 제가 적임자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보고 ‘화 내는 모습 한번 못봤다’고들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번 마음 먹으면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고도 말씀들 하십니다.”

▶ 아드님도 변호사라고 들었습니다.

“아들이 사내변호사입니다. 그래서 사내변호사들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내변호사를 위한 분야별 전문 인증제도를 만들 생각입니다. 변호사들을 위한 복지도 강화하겠습니다. 제가 서울변회 사무총장으로 있었을 때 변호사를 위한 ‘바름이 어린이집’을 만든 당사자입니다. 앞으로 고등법원 단위로 어린이집을 6개 이상 추가로 만들겠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만, 캠프 사무실은 따로 없나 봅니다.(황 후보자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국민들도 변호사들도 모두 어려운데 수백만 수천만원을 들여 선거를 위한 사무실을 따로 마련하는 것은 낭비라고 봅니다. 제가 협회장에 당선되면 차라리 이렇게 아낀 돈을 공익을 위해 수고하시는 변호사님들의 경비를 지원하는데 쓰렵니다.”
[협회장 후보자에게 듣는다] 황용환 "사회정의 위해 행동하는 변협 만들겠다"
황용환 변호사 주요 이력

-1975년 경기고 졸업
-1980년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1988년 성균관대 대학원 (공법 석사)
-1997년 사법연수원 제26기 수료
-2001~2005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위원
-2004~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선거보도심의위원
-2008~2009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초대 사무총장
-2008~2016년 여성가족부 고문변호사
-2010~현재 통일부 하나원 법률강사
-2012~2015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감사
-2015~2016년 대한변호사협회 총무이사 겸 사무총장
-2015~2018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