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게시판 캡처
'스파링'을 하자는 동급생 2명에게 불려갔다가 뇌를 크게 다쳐 의식 불명 상태가 된 고등학생이 3시간 가까이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15일 중상해 혐의로 A(16)군 등 고교생 2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군 등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내 체육시설에서 동급생 C(16)군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군 등은 C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착용시킨 뒤 약 2시간40분 동안 번갈아 가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휴관 중인 아파트 내 태권도장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A군 등은 C군이 기절하자 바닥에 물을 뿌린 뒤 끌고 다닌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들은 현재 경찰에서 "스파링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체육시설 내 폐쇄회로(CC)TV를 통해 A군 등의 범행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등의 이유로 영장이 발부돼 A군 등을 구속했다"며 "최근에 사건을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A군 등은 지난 9월 초에도 다른 동급생을 폭행해 공동상해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 학생 방치에 아들 골든타임 놓쳤다…학력폭력 엄벌 처해달라"

C군의 어머니는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청원 글을 올려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촉구했다.

그는 "가해 학생 중 1명이 딸에게 '너희 오빠 나하고 스파링하다 맞아서 기절했다'고 연락을 했다"면서 "(그 학생들이) 아들을 두고 도망갈까 봐 아줌마가 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사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키가 180㎝가 넘지만 몸무게가 56㎏ 밖에 안 되는 겁 많고 몸이 약한 아이"라며 "가해 학생들은 119를 부르지도 않고 기절해 있는 아들을 그냥 두고 장난치고 놀다가 한참이 지나 물을 뿌리고 차가운 바닥에 끌고 다니면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한다"고 밝혔다.
소년범 재판 지켜보는 청소년들. 사진=연합뉴스
소년범 재판 지켜보는 청소년들. 사진=연합뉴스
그는 "아들은 이미 맞을 것을 알고 나갔다. 가해 학생들이 아들에게 새벽에 나오라고 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아들이 통금시간 때문에 혼난다고 계속 얘기하니 죽을 각오하라고 그리고 다음 날 11월 28일에 만나서 폭행을 당한 것"이라며 "얼마나 아팠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들은 외상성 경막하출혈 간대성발작 치아 앞니 4개 골절이란 진단명을 받고 중환자실에 15일째 누워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가해 학생은 일진이고 무서운 친구들로, 이전에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가 있었으나 변호사를 통해 큰 처벌 없이 무마된 거로 들었다"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만 끝이 나니, 아무런 죄의식이 없을 테고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B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깨어나도 일반인처럼 생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후가 더 많이 보여 하루하루가 지옥"이라며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우리 아들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국민 여러분이, 관련 법을 만드는 분이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이 청원 글에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현재 9만6000여명이 동의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