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임직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해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금품을 받기로 약속했다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6일 헌법재판소는 모 신협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던 A씨가 금품 수수액별로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특경법 제5조 4항 제2호는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려면 위헌정족수 6명이 필요하다.

모 신협 지점장이던 A씨는 2017년 3월 B씨 등에게 18억원을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A씨가 소유하고 있던 5840만원짜리 땅을 1억 3800만원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A씨는 그 차액 7900여만원을 직무에 관한 대가로 약속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특경법 제5조 4항 제2호 등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한 대가로 약속한 금품 수수액이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일 경우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있다. A씨는 해당 조항이 법정형 하한을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을 뿐더러 단순히 '약속'에 그친 행위는 일종의 미수행위에 불과하다며 위헌법률심판을 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A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헌재는 "금융기관은 사기업이지만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대해 그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관련 수재 등 행위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병폐와 피해는 수수액이 많을수록 심화된다"며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관련 수재 등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유남석·이선애·이석태·이영진·문형배 재판관은 "금융회사 등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회사 임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공무원과 마찬가지 수준의 청렴의무를 부과해 엄격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