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방역 프리덤’? > 핼러윈데이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이태원 거리가 인파로 꽉 차 있다. 오른쪽은 이태원 거리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벗고 페이스페인팅을 받고 있는 모습.  양길성 기자
< 이태원 ‘방역 프리덤’? > 핼러윈데이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이태원 거리가 인파로 꽉 차 있다. 오른쪽은 이태원 거리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벗고 페이스페인팅을 받고 있는 모습. 양길성 기자
핼러윈데이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축제를 즐기러 온 젊은이들로 뒤덮였다. 500m가량 거리에 빼곡히 채워진 인파로 길을 오가기 힘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서로 가슴과 등을 붙인 채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지나가던 한 여성이 영화 ‘조커’ 주인공 분장을 한 남성에게 “사진 찍어도 될까요”라고 묻자 그는 어깨동무를 하고 머리를 맞댄 채 포즈를 취했다. 여성의 얼굴에 마스크는 없었다.

강남 홍대 등 서울의 다른 유흥가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내 클럽 22곳이 문을 닫자 ‘풍선효과’로 헌팅술집과 감성주점에 인파가 몰렸다. “핼러윈 기간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 공언에도 집단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태원에 모인 사람들은 주요 클럽들이 문을 닫자 거리 위에서 핼러윈 파티를 즐겼다. 스파이더맨, 조커, 데드폴 등 영화 주인공 분장을 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거나 “해피 핼러윈”을 외치며 모르는 사람과 포옹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벗거나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것)’를 했다. 골목 사이사이 들어선 술집도 대부분 만석이었다. 편의점 앞도 두세 명씩 짝을 이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붐볐다. 강남역 일대와 홍대 클럽거리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강남역의 한 헌팅술집 입구에선 50여 명이 입장을 기다렸다.

정부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전국 유흥시설을 점검했다. 서울 클럽 22곳과 감성주점 46곳은 자진 휴업했다. 이런 조치를 비웃듯 이날 유흥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영업 중인 유흥업소 목록이 실시간 공유됐다. 경기 대전 등으로 ‘원정 유흥’을 떠난다는 글도 올라왔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4명 발생했다. 지난달 28~31일(103명→125명→113명→127명)에 이어 5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모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