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였던 남·북극 연구 앞장
국내 첫 태평양 북극결빙해 탐사
국제무대서 한국 영향력 높여

"기후변화·바이러스·신물질 등
실용적 연구로 국가·인류에 기여"
강성호 신임 극지연구소장 "남·북극 연구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 되겠다"

올해는 유독 세계적으로 홍수, 폭염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상기후가 극심한 해였다. 호주와 미국은 폭염과 산불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한국과 중국은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 피해를 겪어야 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메뚜기 떼로 인해 아프리카에 닥친 식량난까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난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한다. 빙하가 녹으면서 대기 온도와 기류가 바뀌고, 세계 각지에 기후변화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과 남극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유일 남·북극 전문 연구기관인 극지연구소의 사령탑이 지난달 29일 바뀌었다. 새 사령탑은 강성호 극지연구소 소장(58·사진)이다. 강 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와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 확대로 그 어느 때보다 극지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극지연구소장이 돼 어깨가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1987년 미국 유학 중 지도교수 권유로 우연히 남극 연구를 시작했다는 강 소장은 한국의 극지 연구를 시작부터 이끌어온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1999년 한국인 최초로 태평양 북극결빙해역(척치해)을 탐사·연구하면서 한국이 북극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로도 이어진 그의 꾸준한 노력은 북극 연구를 위한 국제 비정부기구인 국제북극과학위원회(IASC)에 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2002년)하고, 북극 관련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협의체인 북극이사회에 한국 정부가 옵서버 지위를 획득(2013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강 소장은 또 대서양에 비해 연구가 부족한 태평양 쪽 북극 연구를 위해 출범한 한국·중국·일본·미국·러시아·캐나다 등 6개국 협의체인 태평양북극그룹(PAG) 의장을 2014년부터 2년간 지낸 바 있다.

강 소장은 “1990년대에 비해 극지 연구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임기 3년 동안 극지연구소가 세계의 극지 연구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고가 되기 위한 인프라는 갖춰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종과학기지를 비롯해 남·북극에 3개의 과학기지를 운영 중이고, 2009년 진수한 ‘아라온호’에 이어 정부가 두 번째 쇄빙선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남·북극을 오가기 위한 항공편이 올스톱되고, 국제협력도 멈추는 등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며 “아라온호(쇄빙선)를 최대한 활용해 독자적인 연구력을 갖출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남·북극엔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바이러스, 신물질 등이 많다”며 “지구온난화 연구, 의약품 개발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연구로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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