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있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의 연평균 학원비가 4년제 대학 1년 등록금의 두 배에 달한다는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 내 등록된 유아 영어학원 가운데 30%는 강남·서초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4일 서울 내 유아대상 영어학원 28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월평균 학원비(교습비+기타경비)가 106만5000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년을 다닌다고 가정하면 연간 1278만원을 내는 셈이다. 올해 4년제 대학들의 연평균 등록금인 672만원의 1.9배에 이른다. 수업비가 가장 비싼 학원은 1개월 학원비가 224만원에 달했다.

서울 내 유아 영어학원 중 ‘반일제(하루 3시간 이상)’로 운영하는 곳은 288개였다. 이 중 84개(29.1%)가 강남·서초구에 집중돼 있다. 이어 강동·송파구 52개, 은평·서대문·마포구 29개 순이었다. 서울 내 유아 영어학원 수는 △2015년 224개 △2016년 237개 △2017년 251개 △2018년 295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288개로 소폭 줄었다.

반일제 유아 영어학원들은 하루 평균 4시간54분(294분)을 영어수업에 할애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들이 하루 6교시(240분)를 듣는 것을 고려하면 초등학교 수업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영어에만 투자하는 셈이다. 교습시간이 가장 긴 유아 영어학원은 하루 9시간27분(567분)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현재 유아교육 과정은 놀이나 활동 위주로 하루 4~5시간을 운영하지만, 유아 영어학원들은 대부분 영어로 읽고 쓰는 활동에만 집중한다”며 “유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장시간 학습은 건강한 성장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서 영업 중인 영어독서학원(영어도서관)은 총 92개로 76%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영어독서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약 31만원으로 조사됐다. 영어독서학원은 온라인 기반 원서 리딩 프로그램으로 여러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학원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경우 학원에서 독서 후 읽기·쓰기 지도 등도 진행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영어독서학원에서 단순히 책읽기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미취학 아동에게 주당 50개 이상 단어암기시험 등 과다한 학습량이 부여되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