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급감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법적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가격리 및 방역 지침을 어긴 확진자를 대상으로 피해보상 소송을 청구하는 사례에 이어 지자체끼리도 “확진자 동선을 제때 알려주지 않았다”며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갈등이 번지는 모양새다.

○방역 두고 지자체 간 첫 법적 다툼

23일 전남 순천시에 따르면 순천시는 부산 북구를 상대로 코로나19 확진자 관리 부실을 이유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는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청구금액 등을 협의하고 있다. 지자체 간 코로나19 방역을 놓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천시는 부산 북구가 확진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 시민인 60대 남성 A씨가 부산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순천을 방문했다. 이날 A씨는 부산 북구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지만 순천시는 이 같은 사실을 당사자인 A씨는 물론 부산 북구보건소로부터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순천시 측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다른 지자체에 있으면 이를 알릴 의무가 있는데도 부산 북구보건소는 어떤 전달도 하지 않았다”며 “A씨 때문에 순천시민 35명을 포함한 총 58명이 자가격리됐고, 행정력 낭비에 불필요한 방역비까지 발생했다”고 말했다.

확진자 개인에 대한 지자체의 구상권 청구는 이미 수차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3월 제주도가 증상을 속인 채 도내로 여행 온 서울 강남 유학생 모녀에게 “1억32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대구시도 6월 ‘신천지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책임을 물어 신천지예수교회에 1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현장 예배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에 46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일벌백계” vs “어디까지 책임 지우나”

자가격리 방침을 어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을 두고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초래하는 만큼 ‘일벌백계’를 통해 코로나19 전파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논란이 인다. 방역지침 및 동선 등을 숨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어디까지 보상하도록 해야 할지가 가장 큰 난관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 3차 접촉자를 발생시켰다 하더라도 실제 전파자의 책임 소재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땅한 선례가 없다는 점도 논쟁거리다. 지자체가 코로나19 전파와 관련해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는 늘었지만 관련된 재판은 아직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구상권 청구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슈퍼전파자’의 접촉자 명단을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며 삼성서울병원에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올 5월 대법원은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