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공인중개사가 필요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부 발표에 부동산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오는 24일부터 박용현 협회장을 시작으로 '공인중개사 생존권 사수를 위한 1인 릴레이 시위'를 펼친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인 지능형(AI) 정부 구축 사업에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세부 과제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등에 블록체인 활용 실증 사업을 포함시킨 게 문제가 됐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공인중개사들은 이미 계속된 규제로 일거리가 줄었는데 정부가 일자리 자체를 빼앗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에 결사 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시위 등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공인중개사 생존권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도 게시 사흘 만에 6만7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예산을 투입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만 할 뿐, 정확한 경위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중개의 상호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가상현실 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방안은 계속 추진하고 있으나 아예 중개사 없는 거래 환경을 만드는 내용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다른 관계자도 "국토부로선 이런 내용을 추진한다고 밝힌 적이 없는데 어떻게 정부 예산안 자료에 포함됐는지 알아보고 있다. 정확한 경위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 또한 "블록체인 활용 실증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우리가 만든 것은 맞다"면서도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라는 개념 자체는 검토한 적 없는데 왜 그런 문구가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