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국가유공자 경력 가산점으로 임용에 합격한 자녀의 경우, 유공자 자격이 취소되면 임용 합격 취소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의 국가유공자 경력 가산점으로 임용에 합격한 자녀의 경우, 유공자 자격이 취소되면 임용 합격 취소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모의 국가유공자 자격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그 혜택으로 임용시험에 합격한 자녀의 취업은 취소되는 게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전직 공립유치원 교사 A 씨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교원 임용 합격을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국가유공자 가산점을 받고 2007년 공립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했지만 지난해 8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임용 취소를 통보받았다.

2006년 월남전 참전 자격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이 된 A 씨의 아버지 B 씨가 실제로는 참전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훈 당국은 2017년 국가유공자 재판정 신체검사 과정에서 B 씨의 베트남 귀국 일자가 확인되지 않는 등 참전기록이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듬해 B 씨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 역시 유공자 가산점을 부여받고 임용된 A 씨의 합격을 취소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A 씨 측은 법정에서 "B 씨가 과거 보훈 당국의 안내에 따라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기 때문에 사태의 책임은 심사를 소홀히 한 보훈 당국 측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 측은 또 "아버지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를 이유로 임용을 취소한 것은 '자기 책임 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기 책임 원리란 자신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으로, A 씨 스스로는 교원 임용이 취소될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원고가 공립유치원 교사로 임용된 것은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덕분"이라면서 "A 씨의 성적만으로는 당시 시험에 합격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 "피고가 합격과 임용을 취소한 것은 취업 지원 혜택 없이 원고의 시험 결과에 따른 처분을 내린 것으로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른 결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령이 거짓으로 국가유공자 등록 결정을 받은 때는 그로 인한 보상 및 지원을 소급해 소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뒤늦게나마 취업 지원 혜택의 오류를 바로잡아 경쟁시험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유아교육의 전문성과 교원 임용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