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지난해 안전 최하등급인 E등급 지정…"사유 시설이어서 대책 한계"

"물이 들어오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건물 안전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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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상습 침수 진안상가 안전 불안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나흘 차이로 훑고 지나가면서 올해 두 번이나 물난리를 겪은 강원 강릉시 안현동 진안상가.

경포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진안상가는 1983년 5월 경포호 주변 늪지대를 매립해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다.

상인들은 8일 파란 하늘을 드러내자 침수됐던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영업을 재개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면에서 볼 때 왼쪽 건물과 오른쪽 건물 가운데가 아래로 기울어져 보였다.

건물로 접근하자 '구조 안전 위험시설물 알림'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25조에 따라 구조 안전 위험 시설물이라는 것을 공지하는 안내판이었다.

강릉시는 지난해 10월 진안상가를 안전 등급이 최하등급인 'E등급'(불량)으로 지정 고시했다.

안내판에는 통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은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추가로 설명이 붙어 있었다.

"오늘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상습 침수 진안상가 안전 불안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마치 폐허 건물처럼 벽마다 금이 가 있었다.

복도 천정도 곳곳이 뜯어져 속이 들여다보였고, 어두컴컴한 복도는 중앙으로 걸어갈수록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두 건물의 가운데는 벽뿐만 아니라 기둥마저 금이 가고 기울어져 아찔해 보였다.

한 주민은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금이 간 곳도 있다"며 "물이 들어오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물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건물에 문제가 있었으니 답이 없다.

오늘 저녁에 당장 무너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위험하다"고 귀띔했다.

건물 1층은 소방도로 역할을 하던 건물 가운데 복도마저 사라지고 상가 시설이 차지했다.

주민에 따르면 1층 건물 가운데는 원래 소방도로 역할을 하던 골목이었는데 앞집과 뒷집이 서로 복도로 건물을 증축하면서 서로 벽으로 맞붙게 됐다는 것이다.

한 상가는 지난해 수해를 당하고 나서 다시 벽지를 발랐는데 천장과 벽 사이의 벽지가 한쪽으로 주름이 가 있었다.

상가 관계자는 "벽지를 새로 바르면 원래 팽팽해야 하는데 주름이 간 것으로 미뤄 건물이 내려앉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오늘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상습 침수 진안상가 안전 불안
상당수 주민은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일부가 반대하면서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건물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은 건물 붕괴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소방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가 재건축은 주민들이 합의할 사항이지만 소방도로 등으로 건물을 증축한 문제는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가 내부도 허가가 난 건물 면적만 영업 허가를 내주고, 불법으로 상가를 늘린 부분은 영업 허가를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연면적 3천911㎡인 진안상가 1층에는 33개 점포가 입주 중이며, 2층에는 주민까지 거주하고 있다.

진안상가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재건축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바 있다.

경포번영회 관계자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권력이 의지를 갖추고 좀 더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 두 번의 태풍으로 침수된 만큼 추석 이후 다시 한번 모여서 재건축과 관련해 의견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늘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상습 침수 진안상가 안전 불안
허병관 시의원은 "진안상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경포호가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문을 설치하고 상류인 교동택지의 물이 한꺼번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건물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상가를 재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강릉시는 상가 건물이 사유시설이다 보니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우선 상습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비 200억∼500억원이 들어가는 배수시설을 신설해야 하는데 빠듯한 지자체 예산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시 관계자는 "사유시설은 기관에서 어떻게 하라고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법으로 따지면 장사하지 말고 당장 나가라고 해야 하지만 주민들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매몰차게 할 수 없는 부분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오늘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상습 침수 진안상가 안전 불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