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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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마치고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음주측정이 이뤄져 처벌기준을 살짝 상회하는 수치가 나왔다면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대법원이 "음주운전이 맞다"고 판단했다. 별다른 지체 없이 운전 직후에 측정이 이뤄졌다면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3월 경기 부천시의 한 술집에서 밤 11시10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같은날 밤 11시38분에 음주를 마친 A씨는 50m 가량 운전을 하다가 11시45~50분 사이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을 만나 운전을 멈췄다. 11시55분에 이뤄진 음주측정에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처벌기준(0.05%)을 조금 넘는 0.059%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점점 올라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엔 시간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03~0.03%(평균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지 45분 후에 음주측정을 당한 A씨는 단속을 위해 운전대를 놓은 때(11시45~50분)가 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11시55분엔 혈중알코올농도 0.059%가 나왔지만, 실제 운전을 한 11시45~50분 동안에는 0.05%를 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1·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운전 종료시부터 음주 측정시까지 0.009% 넘게 상승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이상, A씨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원의 한 감정관도 법정에 출석해 “5분 사이에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09% 넘게 상승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 확률은 A씨 정도 체격 성인 남성의 경우 50% 정도”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운전 종료 직후 별다른 지체 없이 음주측정이 이뤄졌으므로 이와 같은 음주측정 결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며 “(국과수 감정관의 법정 진술은) 업무경험 등에 기초한 추측성 진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