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인 남편이 사망한 뒤 재혼한 부인은 국립묘지에 함께 묻힐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 (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상대로 "국립묘지 배우자 합장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유공자다. A씨 어머니는 남편이 사망한 후 재혼했고 2004년 사망했다. A씨는 국립묘지에 묻힌 아버지와 어머니를 합장하려고 했으나 현충원 측에서 거부해 소송을 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 5조에 따르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후 다른 사람과 혼인한 배우자'는 합장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단 배우자가 사망한 후 안장 대상자가 재혼한 경우에는 종전의 배우자도 포함시킨다.

A씨는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머니를 합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여성의 정절 또는 절개를 지키라고 강요하는 전근대적인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혼인은 A씨 어머니의 초혼과 재혼 둘 다"라며 "어머니가 두 차례 혼인하는 과정에서 자유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묘지에 합장할 지위를 잃는다는 것이 재혼 의사를 왜곡할 정도로 결정적 요소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재혼으로 인해 초혼에서의 지위를 일부 잃더라도 이는 자유의사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전쟁 전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홀로 자식들과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재혼한 어머니를 합장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립묘지의 안장 범위를 정하는 것은 입법자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행복추구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