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사업 용지 확보 위한 안건 부결…보직교수에게 이사장 언어폭력 주장도
학교법인 "대학과 충분한 교감 없어"…경북도지사 사업 필요성 설명 예정
경북도·영천시·대구대 추진 산학협력 연구단지 무산 위기
경북도와 영천시, 대구대학교 등이 민자 등 1천억원을 유치해 추진하려고 한 산학협력 연구단지 조성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31일 경북도와 대구대 등에 따르면 '퓨처 모빌리티 연구개발(R&D) 시티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상정된 '대구대 경산캠퍼스 동편 부지 개발사업' 안건이 지난 18일 학교법인 영광학원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앞서 대구대는 대학 유휴부지에 산학협력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경북도·영천시·퓨처모빌리티랩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대학본부는 "퓨처 모빌리티 R&D 시티 조성을 위해서는 사업 용지 확보가 필수적이다"며 "교육용 부지 용도변경과 사업승인을 교육부에 신청하려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김상호 대구대 총장은 이사회 당일 모두 발언을 통해 사업 추진 경과를 설명하고 차기 이사회 회의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사진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회의에 배석할 뜻을 밝혔으나 박윤흔 이사장에게 거절당했다.

박 이사장은 사업제안서 설명을 위해 회의장에 온 민간사업자도 퇴장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는 해당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사회 측은 대학본부와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법인 사무국의 조율로 이날 민간 사업자가 이사장이 선호하는 임대료 방식의 사업제안서를 정식으로 설명할 예정이었는데 못 하게 했다고 대학본부는 반박했다.

또 사업 추진을 담당하는 보직교수가 40여분간 설명하면서 박 이사장에게 언어폭력과 인격모독을 당해 외상후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준비해 온 사업을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인 측에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인 측은 법률에서 정한 기한(10일 이내)을 넘긴 지금까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학본부는 이사회의 부당 행위를 알리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사장의 인격모독과 언어폭력 등 행위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학교법인 영광학원 측은 "이사회에서 이사장이 목소리를 높인 적은 있으나 언어폭력은 없었다"며 "이후 총장을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사업 추진에 있어 그동안 대학과 법인이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고 판단해 이사회가 안건을 부결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은 다음 달 1일 박 이사장을 만나 사업 추진 필요성 등에 관해 대화할 예정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사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사장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퓨처 모빌리티 R&D 시티 조성 사업은 대구대 유휴 부지에 민자 등을 투자해 2024년까지 연구개발 중심의 모빌리티 캠퍼스와 테마파크를 짓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드론과 PAV(Personal Air Vehicle) 관제시스템, 고성능 자동차 부품, 전기차, 자율주행차 연구개발 인프라를 제공하고 신기술 체험과 교육 시설을 갖춰 '경북형 캠퍼스 혁신파크 선도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