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희망을…" 장애아동 소원 들어준 한여름의 산타
"장애가 있는 동생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
꾹꾹 눌러쓴 반듯한 글씨로 초등학교 5학년 A(11) 양의 소원을 담은 편지가 광주 남구청에 접수됐다.

한부모 가정에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던 A양은 소원을 말해보라는 얘기에 동생 B(8)군부터 챙겼다.

동생은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매우 활동적이었다.

A양은 그런 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꼼짝없이 집에만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했다.

A양 자신도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많아 동생과 함께 놀아주는 날이 많았지만, 함께 갈 곳도 할 것도 마땅치 않았다.

자전거만 있다면 인근 공원에서 동생을 태워주거나 동생이 혼자 놀 수 있도록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A양의 바람은 취약계층 자녀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선물' 사업을 진행 중인 광주 남구청에 닿았다.

A양의 사연을 들은 남구는 곧장 자전거를 사 들고 A양을 찾아갔다.

깜짝 선물에 토끼 눈을 하고 있던 A양이 이내 펄쩍 뛰면서 동생과 함께 좋아했다.

이 모습을 본 구청 공무원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구는 A양처럼 구구절절한 사연이 적힌 취약계층 아이들 25명의 편지를 접수했다.

편지에는 눈치 보지 않고 엄마와 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다는 아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아이, 뽀송뽀송한 이불에서 잠을 자고 싶다는 아이 등 각자의 말 못할 사연이 담겼다.

남구는 아이들을 위해 500만원을 기부한 이화건영 이영호 대표이사의 기부금으로 소박하지만 절절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줬다.

남구 관계자는 28일 "취약계층 아이들의 소원 들어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무럭무럭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많은 분의 관심과 후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