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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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조합 조합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7일 업무상 재해로 숨진 A씨의 유가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기아차에서 근무하다가 현대차로 옮겨 일하던 중 2010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은 ‘조합원이 산재로 사망할 경우 직계가족 한 명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을 근거로 이씨 자녀를 채용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소송의 쟁점은 해당 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침해하진 않는지, 민법 제103조가 규정한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지 등이었다. 피고(회사) 측은 산재사망자 자녀를 특별채용하는 것이 채용의 자유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취업할 권리를 제한하며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해당 규정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현저히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원심을 뒤집고 유족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산재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는 것이 구직 희망자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민법 제103조가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효력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모두 심리에 참여한 가운데 이기택·민효숙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냈다. 이기택·민효숙 대법관은 "산재사망자 자녀 특별채용 조항은 구직희망자의 희생에 기반한 것"이라며 "공정한 채용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구직희망자의 지위를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