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와 폭스바겐 ‘중고차’를 산 고객에게 제조사가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연루된 손해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상훈)는 김모씨 등 중고차 차주 10여 명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들은 ‘디젤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민사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디젤 게이트는 이 회사가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과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을 조작, 디젤차를 친환경 차로 허위광고해 판매한 사건을 말한다.

그동안 비슷한 소송에서 법원은 대체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차량 브랜드를 통해 얻는 소비자의 만족감이 손상을 입었다고 보고 회사 측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배상액은 한 명당 100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이 ‘중고차’ 소비자란 점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통상 신차 소비자들은 제작사, 판매사의 광고·브로슈어 등을 주로 참고하지만, 중고차 소비자들은 사고 여부, 연식, 주행거리, 디자인 등을 중요한 자료로 삼는다”며 “폭스바겐그룹의 광고가 중고차 소비자까지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중고차의 경우 배출가스 저감장치 성능이 신차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어 소비자가 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