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주요 온라인 쇼핑몰 14곳에 "시각장애인 접근 보장하라" 권고
시각장애인 '온라인쇼핑 소외' 여전…'읽어주는 설명' 낙제점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자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쿠팡, 11번가, 옥션 등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 14곳에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해 국가표준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과 '모바일 앱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도록 지난달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보통 시각장애인들은 화면의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화면 낭독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을 이용한다.

이들이 인터넷상의 사진이나 그림 등 이미지 콘텐츠를 이해하려면 이를 말로 풀어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상품 설명을 대부분 이미지 형태로 제시하면서도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의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시각장애인들은 지난 2018년 인권위에 관련 진정 40여건을 집단으로 제기했다.

인권위가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에 의뢰해 국가표준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으로 각 쇼핑몰 사이트를 평가한 결과 쿠팡은 100점 만점에 32점, 옥션은 42.6점, 11번가 46.4점, G마켓 52.8점 등 모두 '매우 미흡' 평가를 받았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근거해 국가표준으로 고시된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의 인증심사 통과 기준은 100점 만점에 95점(준수율 95%) 이상이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는 "상품 구매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 정보인 상품 주의사항과 안전 정보, 제품 특장점 등이 대부분 쇼핑몰 사이트에서 '대체 텍스트' 없이 이미지 정보로만 제공돼 시각장애인들의 쇼핑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쇼핑몰의 모바일 앱 접근성 역시 최저 54.5점(인터파크)에서 최고 74.2점(GS홈쇼핑)에 그쳐 전반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인권위는 "웹과 모바일 앱 사용은 정보 접근권으로서 장애인의 적극적인 사회활동 보장에 필요불가결한 부분"이라며 "피진정인들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은 국가표준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정보 접근에서 제한·배제한 것으로 장애인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쇼핑몰 '아마존'은 텍스트 기반으로 상품정보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구축해 비용 부담 없이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검색 효율성을 확보한다"면서 "(온라인 쇼핑몰 법인의) 상당한 재정 능력을 고려하면 이같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관련 지침을 준수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장애인에게 이용 편의수단을 제공해야 하는 전자정보 범위를 기존 웹사이트뿐 아니라 모바일 앱까지 확대하도록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라는 권고도 내놨다.

시각장애인 '온라인쇼핑 소외' 여전…'읽어주는 설명' 낙제점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쇼핑몰 접근권 문제는 소송으로도 다퉈지는 중이다.

앞서 시각장애인 963명은 지난 2017년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 소홀로 쇼핑몰 이용에 차별을 받는다며 롯데마트몰(롯데쇼핑), 이마트몰(이마트), G마켓(이베이코리아)을 상대로 총 5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달 20일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