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소방·군까지 나서 피해복구…유치원·초등학교 6곳 등교 차질
3명 숨진 지하차도 부실 관리 논란에 경찰 조사 착수
비 그치자 드러난 현장 그야말로 쑥대밭…복구 상당한 시일 소요
23일 퇴근길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 탓에 부산에서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24일 비가 그치면서 아수라장이 된 피해 현장이 속속 드러났는데 이를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과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한 시간에 84.5㎜ 물 폭탄은 역대 10위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3일 내린 폭우는 시간당 강수량이 1920년 이래 10번째로 많은 81.6㎜를 기록했다.

이는 대표 관측소인 중구 대청동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사하구 등에는 시간당 86㎜, 해운대에는 84.5㎜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는 오후 8시 호우경보 발령 이후 약 3시간 동안 대부분의 지역에서 200㎜가량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기상청은 25일까지 최대 200㎜ 이상, 시간당 50∼80㎜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전날 예보했는데 실제 강우량은 이를 웃돌았다.

아직 7월이 끝나지 않았지만 월 강수량은 이미 650.1㎜에 달하며 최근 20년을 통틀어 2위를 기록할 정도다.
비 그치자 드러난 현장 그야말로 쑥대밭…복구 상당한 시일 소요
하루 강수량을 기준으로도 지난 10일 내린 비가 최근 20년 기준으로 6위, 23일은 7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기상청은 올해 북쪽에서 찬 기단이 발달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고 장마전선이 남해상에서만 머물며 부산에 많은 비를 쏟은 것으로 분석했다.

◇ 비 그치고 드러난 악몽 같은 피해 현장
억수같이 퍼붓던 비는 24일 새벽부터 잦아들었으며, 오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때 햇볕까지 내리쬐었다.

출근길 도로 곳곳은 진흙밭을 방불케 했으며, 옹벽에서는 폭포수 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하차도도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 2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던 이곳에는 새벽 3시 물이 빠지면서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높이 3.5m인 지하차도 안에 2.5m 이상 물이 순식간에 차면서 차량 등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이다.

지하차도에서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A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물이 바퀴의 3분의 2 정도밖에 차오르지 않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비 그치자 드러난 현장 그야말로 쑥대밭…복구 상당한 시일 소요
7대가량의 차량이 각자 앞차를 따라 자연스레 진입했는데 지하차도에서 중간쯤 들어왔을 때 갑자기 차량이 하나둘씩 멈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3∼4분이 지나자 차 양 옆에서 갑자기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금세 차량 유리창 밑까지 치솟았고, 곧이어 침수된 몇몇 차량이 '붕' 떠오르더니 하나둘씩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포에 떠는 운전자들이 문을 열고 창문을 깨려는 등 외부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2주 만에 또 침수…동천 인근 주민 허탈
부산 동구 자성대 아파트는 2주 전에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범람해 1층 전체가 침수 피해를 겪었던 곳이다.

복구가 채 끝나기 전에 더 큰 침수 피해를 겪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집이 물에 잠겨 인근 모텔이나 복지관에서 밤새 불안에 떨며 뜬눈으로 지새운 주민들은 물에 완전히 젖은 가재도구를 밖으로 꺼내 말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주민은 "물이 침대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통장이 와서 대피를 도왔다"며 "2주 전 물에 젖은 말렸던 장판이 또 젖어 전부 꺼내 씻어 말리고 있다.

지난 폭우 때 침수돼 다시 산 선풍기, 냉장고 등이 이번에 또 물에 잠겼다"고 허탈해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곳은 차수벽을 설치하거나 아파트 현관을 모래주머니로 막아도 화장실 하수구나 변기 등에서 물이 역류하는 저지대"라며 "지자체는 매년 같은 침수피해가 반복되는데 어떤 대책이라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의 육상 관문인 부산역 일대도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간밤 지상 도로에 허리춤까지 들어찬 빗물이 부산역 지하상가와 역사로 흘러넘친 것이다.
비 그치자 드러난 현장 그야말로 쑥대밭…복구 상당한 시일 소요
상인들은 지하주차장과 가게로 들어온 흙탕물을 배수펌프로 빼내는 등 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에 젖은 도구들을 말려야 하루빨리 장사하지만, 날씨가 흐려 피해 복구 작업도 속도가 붙지 않아 상인들의 애간장이 타들어 갔다.

침수 피해를 겪은 해운대 해수욕장 옆 해운대 시장에서도 상인들은 온종일 침수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성수기를 맞아 재료들을 많아 쌓아둔 탓에 이번 비 피해는 상인들에게 더욱더 뼈아프게 느껴졌다.

지난해 10월 석탄재를 쌓은 인공사면 붕괴로 산사태 피해를 겪은 부산 사하구 구평동 일대 공장들도 이번에 또 침수 피해를 겪었다.

지난해 산사태 피해로 아직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공장 관계자는 "성토사면이 붕괴한 뒤 관할 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복구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번 폭우에 복구공사에 사용되고 남은 자재 등이 떠밀려 내려와 배수 시설을 막는 바람에 공장이 다시 물에 잠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 그치자 드러난 현장 그야말로 쑥대밭…복구 상당한 시일 소요
비 피해로 이날 부산지역 유치원과 초중고 6개교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하지 못했다.

유치원 2곳이 휴업을, 초등학교와 중학교 1곳이 각각 원격수업을 해야만 했다.

석축이 붕괴한 금성고는 이날 하루 휴업을 했고, 해운대공고는 등교 시간을 한 시간 연장했다.

◇ 부산시 피해 상황 파악부터…경찰은 지하차도 조사
부산시는 피해 규모가 워낙 크고, 지역도 방대한 탓에 구체적인 복구 계획을 수립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현재 공무원과 적십자사 자원봉사자, 소방대원, 군·경 등이 곳곳에 투입돼 복구를 돕고 있는 수준이다.

시는 본격적인 복구에 앞서 피해 상황을 더욱 면밀하게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3시께 초량 제1지하차도를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진 장관은 "지하차도는 위험도에 따라서 등급을 나누고 기상특보에 따라 철저히 관리한다고 했는데 이런 사고가 났다"며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서 희생된 분들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게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변 권한대행은 "전문가와 함께 합동조사단을 꾸려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파악하겠다"고 보고했다.
비 그치자 드러난 현장 그야말로 쑥대밭…복구 상당한 시일 소요
진 장관은 20여분간 사고 현장을 확인한 뒤 지난해 산사태로 큰 피해가 났단 사하구 구평동 성토사면 붕괴 복구 현장을 점검했다.

정치권에서는 부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단기간 집중호우로 인한 지반 약화, 침수 등 피해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기간과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부산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한 정부 지원과 관련,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부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즉각 지정하는 데 대한 검토가 가능한가'라는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집중호우가 심각해 피해를 많이 본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 그치자 드러난 현장 그야말로 쑥대밭…복구 상당한 시일 소요
◇ 경찰은 지하차도 사고 관련 원인조사 착수
경찰은 경찰이 지하차도 인명 사고와 관련해 원인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우선 피해자 3명의 익사 여부 등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어 23일 밤 시간당 최대 80㎜ 폭우로 침수된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빗물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현장 감식과 함께 구청을 상대로 확인한다.

경찰은 이번 지하차도 참사가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 여부를 따지는 한편 배수펌프가 정상 작동됐는데도 침수로 이어졌는지 등을 따져볼 계획이다.

경찰은 내사 결과를 토대로 과실이 인정되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