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회장의 경영 후계자로 알려져…범죄인 인도 결정돼도 현지서 소송 가능성
송환되면 인천지검서 횡령 등 수사할 듯…세월호 참사 구상금 문제도 있어
6년 도피 끝에 미국서 붙잡힌 유혁기…송환 장기화 예상
미국 뉴욕에서 23일(현지시간) 체포된 유혁기(48) 씨는 검찰이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본 유병언(2014년 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검찰이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을 당시 아버지와 함께 주요 인물로 떠올랐다.

유 전 회장의 경영 후계자로 알려진 혁기씨는 조각가로 활동한 형 대균(50) 씨와 달리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계열사 경영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1997년 세모그룹 부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유 전 회장이 혁기씨와 문진미디어 김 모 전 대표를 통해 사실상 계열사 사장들을 지휘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2014년 당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 전 회장 측근 8명의 공소장에 적힌 거의 모든 범죄 사실에 김 전 대표와 함께 혁기씨가 공범으로 등장했다.

계열사 대표 8명 중 일부는 1심 재판에서 혁기씨와 김 전 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씨는 2014년 당시 검찰의 3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고 버텼다.

당시 검찰은 인터폴을 통해 유씨에 대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범죄인인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후 6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그의 소재가 드러나지 않았고 한때 미국을 떠나 남미 등 제3국으로 도피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2014년 말 한국의 예금보험공사(KDIC)로부터 재산몰수 소송을 당한 혁기씨가 미국의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맨해튼의 저커맨 스페이더 로펌의 숀 나운튼 변호사로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을 때 변호를 맡았다.

변호사 선임 사실이 확인되면서 혁기씨는 도피 생활 중에도 자신과 부친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체포에 대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 당시 검찰이 파악한 혁기씨의 횡령 및 배임 혐의 액수는 559억원이다.

그러나 데릭 위크스트롬 뉴욕 남부지검 소속 연방검사는 이날 혁기씨가 허위 상표권 계약이나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총 2억3천만달러(약 276억원) 상당의 자금을 편취하기 위해 일가가 운영하던 회사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한국으로 소환해 혁기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혐의 액수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배임 혐의를 받은 누나 섬나(54)씨의 사례를 볼 때 혁기씨도 국내로 송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섬나씨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의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혁기씨와 마찬가지로 불응했고 같은 해 5월 파리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이후 프랑스 당국의 송환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버티다가 2017년 6월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3년 만에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미국이 최근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 씨를 자국으로 인도하지 않기로 한 한국 법원 결정에 대응해 혁기씨의 한국 송환을 불허할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이 범죄인 인도 결정을 내리더라도 혁기씨가 이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면 인도 여부의 정당성을 가리는 재판이 수년간 진행될 수 있다.

혁기씨가 국내로 송환되면 유 전 회장 일가 수사를 맡은 인천지검이 다시 수사할 전망이다.

또 국가가 유 전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어서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세월호 참사 수습에 든 비용 중 일부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