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복판 호텔 2곳 외국인 임시시설 지정에 연일 반대 집회
용인시 "일방 지정에 유감, 정부차원 대안 마련" 요구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전대리 주민들이 마을 한복판에 있는 호텔 2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외국인 임시 생활 시설로 지정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시설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20일 넘게 매일 집회를 열며 반발하자 용인시가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측에 임시 생활 시설 일방 지정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 격리시설 몰래 지정"…용인 전대리 주민 반발
17일 오전 9시 외국인 임시 생활 시설로 지정된 라마다용인호텔과 골든튤립호텔 앞 인도에는 "중앙대책본부는 격리시설을 즉각 폐쇄하라, 라마다·골든튤린호텔은 시설 운영을 중단하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여러 개 나붙었다.

같은 내용의 현수막은 호텔 옆 다리 교각에까지 붙어 있었다.

호텔 앞길에서 만난 전대리 주민 김 모(30) 씨는 "마을 한복판에 코로나19 관련 격리시설이 들어서면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호텔 앞 편의점도 임시 생활 시설 지정 이후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두 호텔이 임시 생활 시설로 지정된 사실을 호텔 측과 시가 알리지 않아 주민들은 전혀 몰랐다"면서 "감염병 관련 시설은 마을 한복판이 아니라 주민과 떨어진 외곽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대리 마을 주민과 상인, 학부형 등 100여명은 지난달 27일부터 호텔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격리시설 즉각 폐쇄, 대체 격리시설 마련, 격리자 현황과 퇴원 일정 공개, 방역 철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자가격리 이전설치 비상대책위원회'도 만들어 자체적으로 외국인이 호텔 밖으로 나가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시와 중수본에 신속한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호텔 바로 앞에는 유치원과 노인회관, 주택가가 있고, 400m와 800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있다"면서 "외국인 입국자 격리시설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마을 한가운데에 그건 시설을 운영하는지는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대책위 관계자는 "호텔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이 테라스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길가에 침도 뱉는다.

이러니 주민들이 감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코로나19로 마을 옆 에버랜드의 방문자가 줄면서 전대리 상인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데, 격리시설이 운영되고 나서는 20∼30%가량 가게 매출액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텔과 정부가 계속 거짓말을 하고, 다른 대체 시설 마련을 하지 않는다면 외국인을 태워 오는 버스 진입을 막는 것도 생각중"이라고 덧붙였다.

라마다용인호텔과 골든튤립호텔은 중수본과 지난달 초 외국인 입국자 임시생활 시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두 호텔에는 500여명의 외국인이 수용돼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격리시설 몰래 지정"…용인 전대리 주민 반발
전대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용인시는 임시 생활 시설 지정 직후 시민들의 이해를 당부하던 태도를 바꿔 최근에는 정부에 유감을 표시하며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지난 14일 시장실을 방문한 노홍인 중수본 총괄 책임관에게 "시와 협의 없이 외국인 임시 생활 시설을 일방적으로 지정한 것은 유감이며, 극심한 주민반발을 초래한 만큼 정부 차원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시장은 앞서 정부가 라마다용인호텔을 외국인 입국자 임시 생활 시설로 지정한 직후인 지난달 16일에는 "해당 시설을 관리해 지역사회에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겠다.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수본 측은 "입국하는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임시 생활 시설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지금까지 격리시설 내 감염은 전혀 없었으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철저히 보완해 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용인시 관계자는 "임시 생활 시설 계약 기간이 8월 말까지로 알고 있는데, 계약 연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용인 관내 기업의 연수원 등 다른 대체시설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