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앓은 뒤 회복한 환자가 국내에는 거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면역력이 있는 사람을 방패 삼아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집단면역이 거의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코로나19 항체값 중간조사 결과 중화항체가 확인된 사람은 1명이라고 9일 발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와 싸우고 나면 면역물질인 항체가 생긴다. 이 중에는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맞물려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중화항체도 있다. 항체검사는 코로나19를 앓고 난 뒤 면역력이 생긴 사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방대본은 올 4월 21일~6월 19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555명의 남은 혈액과 올 5월 25~28일 서울 서남권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1500명의 혈액에 코로나19 항체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중화항체를 갖고 있는 사람이 1명도 없었다. 서울 서남권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 중에는 1명이 중화항체를 갖고 있었다.

방대본은 전문가 분석을 거쳐 “국내 확진자는 방역당국이 파악한 환자 규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국내 지역사회의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극히 낮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동안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의 항체 양성률 등을 토대로 국내에도 숨은 감염자가 많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실제 감염자가 확인된 것보다 10배 정도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상황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는 게 확인됐다. 역으로 보면 코로나19가 여전히 두려운 질환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치사율이 2.2%에 이르는 데다 앓고 난 사람이 1만3293명(8일 신규 환자 50명)으로, 전체 인구의 0.0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지 않으면 올가을 이후 국내에서 더 큰 유행이 올 위험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 등을 막기 위해 올해는 독감·폐렴 등을 예방하는 백신을 신경 써 접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구의 60~70% 정도가 면역을 갖고 있어야 코로나19 유행이 멈출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