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먼데이닷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커지고 있는 원격근무 솔루션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하거나 확장했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먼데이닷컴은 이런 고민에 대응하는 패키지 상품인 ‘리모트 워크(원격 근무)’를 지난 4월 내놨다. 팀원들의 업무 시간과 장소, 개인 진척 상황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협업 프로그램들로 성장세를 이어나가던 먼데이닷컴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새로운 솔루션 등을 선보이며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먼데이닷컴은 이스라엘의 엔지니어인 로이 만 최고경영자(CEO)와 에런 진만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12년 창업했다. 이후 지난 5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총 2억3400만달러(약 28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두 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은 현재 470명이 일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먼데이닷컴의 협업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은 맥도날드, 칼스버그 등 세계 160여 개국 10만여 곳에 이른다. 먼데이닷컴의 매출은 2018년 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2000만달러로 뛰었다. 올해는 연초 제시했던 매출 예상치(2억5000만달러)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만 CEO는 “올 들어 3월까지 지난해 매출인 1억2000만달러를 이미 달성했다”고 말했다.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가치를 최근 27억달러(약 3조2600억원)로 추산했다. 5월 먼데이닷컴의 기존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새 투자자들에게 넘기면서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이 회사가 2018년 네 번째 투자로 5000만달러를 유치할 때는 5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2년간 기업가치가 5배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얘기다.풍부한 자금을 확보한 먼데이닷컴은 최근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4월에는 한글 서비스도 출시했다.먼데이닷컴은 인사(채용), 연구개발(R&D), 영업, 재무 등 회사 업무별 또는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120여 종의 플랫폼을 제공한다. 각 플랫폼에 화상회의, 메신저, 이메일 등 필요한 기능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추가할 수 있다.이 회사의 프로그램은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예컨대 재무부서용 플랫폼은 각 부서에서 들어온 영수증 메일을 자동으로 취합하고, 일정한 시기가 되면 세무사에게 보내준다. 인사부서를 위해선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 달성을 실시간으로 집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이 회사의 고객사 중 하나인 미국 시장분석업체 포레스터는 “1년간 먼데이닷컴의 협업 플랫폼을 사용한 결과 직원 한 사람당 1주일에 3시간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만 CEO는 “팀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까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비디오와 연계해 미리 정한 시간에 자동으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췄다.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가 출근할 때 그에게 깍듯이 90도 인사를 하는 직원은 없다. “안녕하세요 제롬” 하며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한다.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는 지난 1일부터 영어 닉네임 제도를 도입했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알려진 롯데 계열사 전체에서 영어 닉네임 제도를 도입한 것은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가 처음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수평적 호칭 제도(영어 닉네임, 공통 호칭 제도 등)는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 벤처, 스타트업 등에선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국내 5대 그룹 가운데선 SK텔레콤 정도만 도입했다.조 대표가 솔선수범하자 임직원도 영어 닉네임을 부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직원들의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영어 이름 명패를 달았다. 이 아이디어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내에 꾸려진 기업문화 개선 태스크포스팀(TFT) 소속 젊은 직원들이 냈다. 조 대표가 채택하고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이 곧바로 수락했다.권위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이 같은 시도는 ‘디지털 전환’이 그만큼 절박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유연하고 빠른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e커머스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인재 육성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롯데e커머스 임원 14명 중 10명이 롯데 공채가 아닌 외부 출신이다. 직원 중에서도 경력직원의 비중이 훨씬 높다. 750명의 직원 가운데 롯데그룹 출신 직원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공채 순혈주의와 경직된 조직문화를 뿌리뽑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롯데 내에서 경력직 비중이 가장 높은 e커머스사업부가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쉬울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롯데는 5대 그룹 가운데 가장 선제적으로 주 1회 재택근무제도 도입했다. 지난달 말 롯데지주에 이어 이달부터 롯데쇼핑이 주 1회 재택근무제를 시행했다. 롯데멤버스 등 다른 계열사도 재택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들이 디지털 역량 시험대에 섰다. 미리 준비한 기업들이 빠르게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한 반면 대비가 부족한 기업은 일시적으로 사업 중단 사태를 겪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SK텔레콤, 카카오 등은 사내에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월 말부터 선제적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야놀자는 지난달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하자 임직원들이 사내 코로나19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체 사이트 ‘와이캔두잇’을 열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1월부터 전사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덕분이다.그러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기존의 사무실 중심 업무방식을 유지하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경기도에 있는 한 기업은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늦장 대처가 논란이 됐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이틀 뒤에도 일부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회사는 이전까지 재택근무를 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산업 간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유통, 금융 등 전통 산업 영역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반대로 기존 산업 영역에선 온라인을 통한 영역 확장이 활발해지고 있다.네이버는 8일 비대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지난 4월에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문 후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 금융 사업의 핵심인 카카오페이는 1분기에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했다.기업들이 디지털 자산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업무 방식을 효율화하기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SW)를 도입하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1990년대 후반에는 ‘Y2K(2000년 연도 인식오류)’ 공포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디지털 전환은 기업 시스템 일부를 디지털 기술로 대체하던 기존 시도들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ERP 솔루션 도입 등 전산화는 기존의 업무처리 방식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컴퓨터, 인터넷 등을 앞세운 3차 산업혁명(정보 혁명) 이후 정보기술(IT) 기업이 급부상했지만 산업 영역의 구분은 남아 있었다.디지털 전환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등의 기술과 결합하면서 기존 사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일반인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제조업에 주력하던 기업들이 IT산업에 뛰어들고, IT 기업이 전통 산업에 뛰어드는 등 산업 경계도 빠르게 흐려지고 있는 이유다. 빅데이터, AI 기술을 통해 맞춤화된 고객 대응을 하면서 업의 본질까지 바뀌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최한종/구민기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