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살 아이가 여행용 가방에 갇혀 생을 마감했고 동갑내기 또 다른 아이는 쇠사슬에 묶여 학대당하는 등 아동학대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부모의 판단에 맡긴다는 인식과 피고인 부모의 목소리를 주로 듣는 재판 과정의 한계 등으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267건이다. 2015년(69건)에 비해 4년만에 280% 증가했다.

그러나 267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 사건의 12.3%에 불과하다. 집행유예는 96건 (36%)으로 실형보다 3배 가까이 많이 선고됐다. 아동학대범죄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들 10명 중 1명만 실형을 선고받는 셈이다.

아동복지법 제 17조와 아동학대범죄 특례법 등에 규정된 형량 자체는 낮은 편이 아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살인죄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건을 아이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실형 선고율이 낮다고 법조계는 분석하고 있다.

김영미 아동학대 국선 변호사는 "재판부는 주요 양형요소로 부모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다"며 "부모가 주 양육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감옥에 보내면 남은 가족의 생계가 곤란하다던지, 부모에게 양육 스트레스가 있었다던지, 학대행위가 훈육의 일환이었다던지 등의 사유를 모두 감안하다보니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너무 낮다"고 말했다.

법관들이 재판할 때 해당 사건을 기록으로만 보지 말고 피해아동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법정에는 피고인인 부모만 나오지 아동들은 출석하지 않다보니 재판부가 자연스레 부모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동보호 전문기관 직원이나 아이들을 보호관찰하고 있는 사람들의 객관적인 목소리도 반드시 듣고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차원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난 가정에 대한 사후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대가 한번 발생한 가정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부모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난다면 시간이 갈수록 학대가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사례관리를 집중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할 전문인력은 부족하다"며 "인력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부모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공 대표는 "한국은 '죽을 때까지 내새끼'라는 인식이 유독 강하다"며 "아름다운 면이 있긴 하지만 과할 경우 집착이나 잘못된 방법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올바르게 훈육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아동수당을 받을 때 해당 교육을 이수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