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신라젠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신라젠 임원의 '미공개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신라젠의 코스닥 상장에 여권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실체가 없다'고 결론냈다. 신라젠 전·현직 임원 등 지금까지 재판에 넘겨진 관련 피의자는 9명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정식 부장검사)는 8일 신라젠 사건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문은상 신라젠 대표(54)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신라젠 창립자인 황태호 전 대표(57)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달 29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업무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 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무자본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허 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3000만원 상당을 관련사에 지급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4일 이용한 전 대표(55)와 곽병학 전 감사(55)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표는 2008~2009년 대표이사를 지냈고, 곽 전 감사는 2012~2016년에 감사와 사내이사를 맡았다.

검찰은 문 대표가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풀려 부여한 뒤 매각이익 중 38억원 가량을 돌려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 달러를 대여한 뒤 이를 회계상 손상처리해 신라젠에 손해를 가한 혐의(배임)로 문 대표를 추가 기소했다.

문 대표가 활용한 페이퍼컴퍼니 전·현직 임원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날 페이퍼컴퍼니 부사장 F씨(55)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문 대표와 같이 무자본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해 신라젠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가 적용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신라젠 창립자인 황 전 대표와 페이퍼컴퍼니 사주 E씨(65)를 문 대표의 공범으로 보고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정보이용)혐의로 구속된 신 모 신라젠 전무(48)도 이날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신라젠 면역항암제인 '펙사벡'의 임상 실험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보유 주식을 팔아 64억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라젠 사건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및 부산대병원 주가상승 개입 등은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가 신라젠 설명회에 참여한 증거가 있다며 이번 사건과의 연루 의혹을 제기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 등에서 활동한 이철 전 VIK 대표가 2014년 9월 신라젠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사실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은 2016년 12월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펙사벡 개발 기대감으로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임상 3상 실패 소식에 주가가 폭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이번 사건을 수사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4월 신라젠 사무실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 3일에는 문 대표와 이용한 전 대표, 곽병학 전 감사, 문 대표의 친척 조모씨 등의 재산을 추징보전하도록 법원에 청구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검찰이 동결한 재산은 문 대표 854억8570만원, 조씨 194억3210만원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