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양형위원장 면담…"대량 인명 피해 낸 기업 엄중 처벌 필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 기업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에 따른 노동자 사망 사고는 사실상 '기업 범죄'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며 별도의 범죄로 분류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방문한 이 장관은 김영란 위원장에게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개인의 주의 의무 위반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달리 안전관리체계 미비 등 기업 범죄의 성격을 가진다"며 "산안법 위반 사건을 독립 범죄군으로 설정해 양형 기준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양형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양형 기준을 설정한다.

현재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 기준은 2016년 제정된 것으로, 과실치사상 범죄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장관은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요구가 매우 엄중해져 대량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산안법 위반의 양형 기준을 높일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양형 기준에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개정 산안법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개정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현행 산안법은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 장관의 요청에 대해 김 위원장은 "양형위원회 위원들과 협의해 (내년 4월 끝나는) 제7기 양형위원회에서 산안법 양형 기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 4월 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계기로 산안법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노동계는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간 관리자뿐 아니라 경영자와 기업까지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이 장관은 "대형 인명 사고나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난 경우 등에는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산안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제재 수단은 벌금형이 유일하므로 이에 대한 적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며 산안법 위반에 대한 벌금형 양형 기준을 신설할 것도 당부했다.

그는 "개정 산안법에서 법인 벌금형이 10억원으로 대폭 상향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벌금형에 대한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3∼2017년 산재에 따른 노동자 상해·사망 사건 피고인(자연인) 2천932명 가운데 징역·금고형을 받은 사람은 86명(2.9%)에 불과했다.

이들 중 징역 2년 이상은 6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2년 미만이었다.

집행유예는 981명(33.5%), 벌금형은 1천679명(57.3%)이었다.

벌금 평균 금액은 자연인은 420만원, 법인은 448만원에 그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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