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 선플재단 이사장 "K방역 알리는 것도 공공외교의 일환이죠"
‘국민 영어선생님’ ‘선플운동 창시자’로 유명한 민병철 선플재단 이사장(사진)이 지난 12일 유튜브(youtu.be/H74LYrl9SBE)에 등장했다. 그동안 사회적 목소리를 내오던 것처럼 악플에 맞서기 위해서도, 영어를 잘하는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한국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소개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생활영어 전도사답게 민 이사장은 7분 동안의 동영상 재생시간 내내 영어로 말했다.

민 이사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의 방역 모델이 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비결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동영상을 찍은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선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추적 등 ‘기술’에 초점을 두고 K방역을 조명했다”며 “기술뿐 아니라 K방역의 핵심인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사람 중심 사상’이 깃든 시민의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민 이사장은 “K방역 성과를 해외에 알리는 것도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생각해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민 이사장은 2012년 외교부로부터 ‘사이버 공공외교 사절’로 위촉된 바 있다. 그는 2007년부터 인터넷에 만연한 악플에 맞선 선플운동을 전개해왔는데, 2008년 중국에서 쓰촨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 피해자 추모를 위한 선플 캠페인을 펼치는 등 그의 국제적 활동에 정부가 격려와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었다. 2018년 12월부터는 명칭이 바뀌어 민 이사장은 현재 ‘공공문화사절’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사이버 공공외교 사절 때와 마찬가지로 무보수 명예직이다.

민 이사장은 2007년 유명 연예인이 악플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선플재단을 세워 13년 동안 악플 퇴치 운동에 앞장서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식 개선은 물론 가시적 성과도 컸다. 민 이사장은 “2012년 울산교육청과 함께 울산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선플교육을 했더니 이 지역 학교폭력이 전년도와 비교해 64%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 이사장은 여전히 건강한 온라인 문화 정착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악플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지만 온라인에서의 진영 간 갈등이 악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 교육과 캠페인, 제도 마련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이사장은 한양대 국제학부 특훈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에서 그는 국내 유수 기업들과 협력해 학생들에게 창업과 취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강의를 하고 있다. 민 이사장은 “선플운동의 핵심이자 글로벌 인재의 필수 요건인 배려와 인성을 갖춘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면서 사회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