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2조원이 넘는 예산을 관리하는 부산시 금고 지정을 앞두고 지역 은행과 시중은행 간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금고(1금고)와 부금고(2금고) 교차 지원이 가능해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20년간 주금고 자리를 지킨 부산은행과 국민은행·농협은행 등 전국구 금융회사 간 물밑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年 12조 관리하는 '부산시금고' 어디로…부산銀·국민銀·농협 3파전
부산시는 시의회에 제출한 ‘부산광역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11일 발표했다. 부산시는 오는 27일 조례 개정안을 공포하고, 금고지정 설명회(6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구성(8월)을 거쳐 9월에 금고지정과 약정 체결을 마칠 방침이다. 차기 시 금고 약정기간은 2021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다. 지난해 기준 부산시 주금고(일반회계) 예산 예치금액은 10조3046억원이었고, 부금고(특별회계) 예치금액은 2조5966억원이었다.

4년 전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2개 이상 금융회사 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주금고와 부금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게 한 점이다. 전액 현금으로 출연하는 협력사업비 총액을 공개하도록 했으며, 기존 평가항목을 합쳐 ‘지역재투자 실적’ 항목(7점)이 신설됐다.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조례 개정안이 확정되자 20년간 주금고를 지켜온 부산은행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일단 교차 지원이 가능해진 만큼 주금고와 부금고에 지원할 방침이다. 지역배점을 7점으로 높인 점이 지역에 거점을 둔 은행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역 대표 은행이라는 이미지에 209개 영업점을 갖춘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부산은행은 2001년부터 올해까지 5회 연속 주금고를 관리했다. 부금고는 2001년부터 12년간(3회) 농협은행이 관리한 뒤 2013년부터 8년째(2회) 국민은행이 운영을 맡고 있다.

시중은행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협력사업비와 지방세 기여 등을 무기로 주금고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은 부금고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주금고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캐피탈을 동원해 리스 차량 소재지를 부산으로 대거 옮기면서 지난 4년 동안 취득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 수입에 1000억원을 기여했고, 시민이용 편의성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국구 은행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나름의 히든카드를 구상 중이다.

2013년 부금고를 국민은행에 빼앗기고 시청사에서 점포를 철수해야 했던 농협은행 역시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전국권 망을 가진 농협은 뛰어난 금고 운영 능력을 내세워 우선 부금고 선정을 주력으로 하고, 주금고 지원도 내부 논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시 금고 지정은 금융회사에는 영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시 대표 은행이라는 대외 이미지 제고는 물론 이익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정부 교부금과 지방세를 끌어들이고 세출 등 출납업무를 하며 수익도 얻는다. 공무원을 상대로 다양한 금융 영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교차지원 등 조례가 변경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역 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자존심을 건 치열한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