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의 모든 대학이 각종 취업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서 취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전국 대학 취업센터장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올해 취업전략’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4%가 “오프라인 취업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고 응답했다. 대신, 전화·온라인 상담 등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전국 4년제 대학 56곳의 취업센터장이 응답했다. 최성희 서울지역대학 취업협의회장(숙명여대 인재개발센터장)은 “코로나19로 대학들의 모든 취업 행사가 올스톱됐다”며 “기업들도 경영 환경이 쉽지 않겠지만, 채용 계획이 정확하게 알려지면 취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센터장 10명 중 9명 "코로나로 채용 줄어들 것"
○“민관학 취업 협의체 필요”

대학 10곳 중 9곳은 “개강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취업 상담을 진행 중”이라며 “개강 후에는 취업특강도 온라인으로 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한 예로 경북 경산에 있는 영남대는 지난달부터 서울의 유명 취업 강사를 섭외해 학생들과 1 대 1 온라인 취업 멘토링을 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채용설명회, 취업 특강을 대신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노경윤 영남대 취업지원팀장은 “그동안 취업 관련 유명 강사 섭외가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가능해졌다”며 “학생들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놀랐다”고 전했다.

대학 취업센터장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취업 경기 위축을 우려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85.7%가 ‘기업들의 채용 축소’를 꼽았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불명확한 채용 일정’을 우려했다. 이인용 동아대 취업지원팀장은 “취업준비생들은 코로나19보다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를 더 느낀다”며 “기업들이 채용 일정을 더 정확하게 알려준다면 구직자들의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관·학’이 언제든 취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와 기업들의 채용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채용 알리미 사이트’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공무원 5급 공채를 비롯한 주요 공무원시험이 줄줄이 취소·연기됐다. 이런 결정에 대해 취업센터장 10명 중 7명(71.4% 복수응답)은 “수험생의 안전과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명확한 일정을 공지해 수험생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37.5%) “철저한 방역을 해서라도 시험을 강행해야 한다”(12.5%)는 응답도 있었다.

○“불확실한 채용 일정에 불만”

코로나19는 상반기 대기업 공채에도 영향을 줬다. 롯데그룹이 유일하게 채용공고를 냈을 뿐 다른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면서 채용 일정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채용 일정과 관련해 대학 취업센터장들은 “언론을 통해 대략적인 채용 일정을 밝혀야 한다”(39.3%) “일괄적으로 5월 이후 채용을 시작하면 좋겠다”(33.9%) “원서 접수 기간을 늘리더라도 채용 일정을 밝혀야 한다”(17.9%)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채용 시 요구하는 어학·기술·한국사 등 자격증 제출에 대해서는 “취소 기간만큼 어학성적 제출 기한을 늦춰줘야 한다”(71.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토익·텝스 등 어학 시험도 이달 15일까지 모든 정기시험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은 채용설명회도 학교를 찾아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유튜브에 ‘엘리크루티비’를 개설했고, SK·포스코 등의 기업들도 준비 중이다. 대학의 취업전문가들은 온라인 설명회에 꼭 담겨야 할 세 가지로 ‘채용담당자의 설명’ ‘현직자의 직무소개’ ‘구직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꼽았다. 특히 취업센터장들은 ‘일방형 정보 전달보다 쌍방향 채용 채널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직자들의 취업희망 분야’를 묻는 질문에 센터장들은 “취업준비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기관·공무원 시험으로 더 몰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산업인력개발학 교수)은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공기업으로 20대 젊은이들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어 염려된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