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사 "폐업 문의 늘어…내달부턴 속출할지도"
대금 결제일 앞둔 상인들 "이달엔 뭐로 막나…곧 한계"
"미치겠어요.

관리비도 밀리고, 가스비도 밀렸는데 카드값이 제일 문제죠."
24일 대구 북구에서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손모(52)씨는 "당장 오늘내일 재료비 500만원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통장에는 1만7천원이 남아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대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지 한 달이 넘어가면서 대구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 달 치 식자재 대금과 직원 급여를 줘야 하는 월말 월초가 다가오면서 상인들의 시름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손씨의 식당은 코로나19 이후 하루 150만원이던 매출이 10만∼20만원으로 폭삭 내려앉았다.

식자재 주문량을 대폭 줄였지만, 손님은 그보다 더 급격하게 줄었다.

손씨는 "지난달엔 은행 대출을 받아서 식자재 카드값을 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연체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안 보인다"며 "이달까지는 버텨보려고 하지만, 다음 달엔 여력이 안 되지 싶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남모(59)씨도 다가오는 월말이 두렵긴 매한가지다.

남씨는 "오는 30일에는 이달 치 고기와 채소 물건값을 줘야 하고 내달 5일에는 직원 5명의 월급을 줘야 한다"며 "지난달에 팔지 못한 고기와 채소를 많이 버렸던 터라 이달에는 적게 주문했는데도 적자"라고 하소연했다.

남씨는 "어제 은행에 가서 대출을 신청했다"라면서 "끝이 어딘지를 몰라 걱정"이라고 했다.

가게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휴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게 문을 열면 인건비, 재료비 때문에 적자 폭이 더 커지니 임대료만 내고 가게를 놀리는 것이다.

대구 최고의 번화가로 꼽히는 동성로에서도 '코로나19로 임시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붙인 채 문을 걸어 잠근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말부터 영업하지 않고 있는 동성로의 한 음식점 사장은 "영업을 하려면 음식 재료를 다 준비해놔야 하는데 못 팔면 재료를 다 버려야 한다"며 "문을 열어도 장사가 안되니 휴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폐업하는 가게가 줄지을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동성로 인근 상가를 주로 취급하는 부동산 중개사 A씨는 "지난주부터 옷가게 등을 내놓겠다고 문의하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조금 버티면 끝나겠지'하고 견뎠던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간다는 느낌이 드니까 포기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기준 권리금이 1억원이었는데도 이사비용만 주면 나가겠다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다음 달 되면 가게를 내놓는 이들이 훨씬 많이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