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임상위원회 "장기전 불가피…'억제냐, 완화냐' 선택할 때"
의료계 "완화정책은 최후에 고려…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 집중해야"
코로나19 방역정책 딜레마…전파차단 '억제' vs 일상복귀 '완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전으로 가면서 방역정책을 변경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기존의 '억제' 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학교 개학 등 일상으로 점차 돌아가는 수준으로 방역정책을 '완화'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정부가 내달 6일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정책 방향으로 "(억제와 완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기로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임상위원회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종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방역정책도 의학적 측면과 아울러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측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정책 방향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억제 정책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입을 차단하고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해 확진자 증가를 막는 효과를 낸다.

신천지교회 교인을 전수조사하고, 위험지역의 입국을 제한하는 등 바이러스의 전파를 원천봉쇄하면 유행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이러스 노출을 줄이는 것도 대표적인 억제 정책이다.

그러나 억제 정책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한없이' 지속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진단검사나 격리조치 등에 따른 비용뿐 아니라 개학 연기,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 등 사회·경제적 손실을 고려해야 한다.

억제 정책의 근본적 한계는 억제를 풀자마자 다시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억제 정책을 일부 완화하면서 집단 면역을 만들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 때문이다.

억제 정책만으로는 재유행을 막을 수가 없어서다.

코로나19 방역정책 딜레마…전파차단 '억제' vs 일상복귀 '완화'
단 완화 정책에서는 확진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병이 있는 고위험군의 사망 등 피해가 따라온다.

신천지대구교회와 같은 대규모 집단발병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일종의 '딜레마'다.

유행이 끝나려면 집단 면역이 올라가야 하는데,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억제 정책을 풀어야만 바이러스가 감염에 따른 자연적인 면역을 획득할 수 있다.

유행을 끝내기 위해서 유행을 다시 불러야 하는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아직 우리 사회가 이러한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개학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은 불가피하지만 방역대책 자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이르다"고 일축한 뒤 "억제 정책을 완화하려면 우선 감염병 확산과 사망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완화 정책은 감염병 유행 속에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직전에 결정하는 최후의 수단 같은 것"이라며 "당장 억제 정책을 완화하자고 해도 지금은 아무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금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확산세를 잡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부가 4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한 만큼 이 기간에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를 개학하고,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했을 때 확진자가 나오는 속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장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물거품 된다"며 "정부가 2주간 행정적 강제력을 동원해 지역사회의 감염 연결고리를 끊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조치를 완화할지는 그 뒤에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감염 위험 자체를 낮춰야 방역이 느슨해져도 대구·경북처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