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단속 중단하자 광주서 음주사고 배 이상 급증
경찰 검문식 대신 '트랩형' 단속 전면 도입…운전자들 단속 재개에 '화들짝'
[르포] 음주단속도 '드라이브 스루'인가요…코로나19에 '아이디어'
"음주단속 단속 다시 하는 건가요? 근데 음주 측정기는 왜 안 불어요? 그냥 통과하면 된다고요?"
16일 오후 9시 30분께 광주 광산구의 한 도로에 순찰차와 경찰 승합차에서 10여명의 교통경찰이 내렸다.

이들은 고깔 모양의 안전 장비(라바콘)를 도로 위에 쭉 깔더니 길쭉한 'S자' 모양으로 차량 통로를 만들었다.

기다란 언덕배기 길을 올라 내리막길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목격한 운전자들은 일단 브레이크부터 밟는 등 당황해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검문식 음주단속이 중단된 줄 알고 있던 운전자들은 한달여만에 다시 보는 단속 현장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 운전자는 차창을 내리고 단속 경찰에게 "음주 단속 다시 하는 건가요?"라고 물어봤고 "그냥 지나가시면 된다"는 경찰관의 대답에 "음주 감지기 안 불어요?"라며 두 번 당황했다.

[르포] 음주단속도 '드라이브 스루'인가요…코로나19에 '아이디어'
광주 경찰은 코로나19 여파로 검문식 음주운전 단속 중단이 이어져 최근 음주 운전 교통사고가 전년동기 대비 배 이상 늘어나자 아이디어를 냈다.

과거 메르스 등 감염병이 유행할 당시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트랩(trap)'형 음주단속을 도입해 광주 전역에서 음주단속을 재개하기로 했다.

트랩형 단속은 1∼2차로 도로에 '일자형' 또는 'S자형'으로 차량 주행 라인을 만들어 차량을 한 대씩 통과시키는 음주 단속 기법이다.

운전 행태를 보고 음주 운전 의심 차량을 골라 음주 측정한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멈춰서 차창을 내리고 음주 측정기를 불필요 없이 그냥 운전하고 지나가면 되니 '드라이브 스루' 음주단속인 셈이다.

"이걸로 음주 운전자를 걸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효과는 좋았다.

한 중형차 운전자인 30대 남성은 앞선 음주 단속 현장을 발견하고는 'S자' 코스에서 덜컥 멈춰 섰다.

단속 경찰관이 뛰어가 차량에서 내릴 것으로 요청했으나, 당황한 취객은 차량 제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내려 차가 덜컹 움직이기도 했다.

이 운전자는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 수치가 나왔다.

광주 북구에서도 'S자' 단속 코스에 진입해 비틀비틀 운전한 운전자가 면허취소 수준으로 적발됐다.

이날 하루 동안 광주 전역에서 적발된 음주 운전자가 취소 2건, 정지 3건 등 모두 5명에 달했다.

이 밖에도 단속 현장에서 의심 운전을 보여 행태를 '물을 달라'는 등 측정을 꺼리던 운전자들 다수가 술은 마셨으나 음주 수치 미달로 훈방 조치되기도 했다.

경찰은 트랩형 음주단속이 단속 효과 외에도 음주운전을 자제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음주사고 대응책으로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탓에 검문식 음주단속이 중단돼 음주운전 사고가 급증했다"며 "감염증 확산 우려로 음주 단속을 안 한다는 인식을 바꾸도록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르포] 음주단속도 '드라이브 스루'인가요…코로나19에 '아이디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