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5·18 선양과 신영환 주무관 "'5·18이 빨갱이 소행' 악담 가슴 아파"
"미래세대를 위해 왜곡된 역사 인식 바뀌도록 사적지 제대로 보존"
[당신의 5·18] 상흔·아픔 배어있는 사적지, '다크투어리즘 현장' 지킴이
"5·18 사적지를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의 현장으로 만들겠습니다.

"
광주시 5·18 선양과 신영환(48) 주무관은 15일 "5·18이 4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역사적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왜곡된 사실로 공격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올해의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신 주무관은 2018년부터 5·18 주무 부서인 선양과에서 일하며 29개 5·18 사적지의 보존·활용 사업을 추진해왔다.

신 주무관과 광주시, 각계의 노력으로 40주년인 올해 5·18 사적지는 하나둘 옛 모습을 찾고 5·18의 진실을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 5·18은 그에게 '알고 싶은' 것이었다.

5·18 당시 전남 나주에서 살았던 그는 광주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왜곡된 정보를 접하며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대학을 다니며 5·18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5·18의 역사적 현장인 광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서 5·18을 '알아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됐다.

5·18 관련 부서에서 일하게 된 그는 5·18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한다.

5·18 관련자들을 만나며 이들의 처지와 어려움을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지난해 5·18의 현장인 금남로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집단들이 버젓이 집회까지 하는 것을 보고 공직자로서 본인의 일이 잘못된 현실을 바꾸는 데 조그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명감도 생겼다.

5·18을 왜곡·폄훼하는 집단들이 전화를 걸어와 "빨갱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할 때면 반드시 사업에 성공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꿔보자"는 오기까지 생겼다고 한다.

신 주무관은 "작년에 옛 전남도청 앞 5·18 폄훼 집회를 광주시에서 금지했을 당시 사무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5·18이 빨갱이의 소행'이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사적지가 제 모습을 찾고 교육 장소로 활용한다면 이런 왜곡된 모습들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신의 5·18] 상흔·아픔 배어있는 사적지, '다크투어리즘 현장' 지킴이
그는 4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사적지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

5·18 사적지가 대부분 국유지나 사유지에 있어 토지 매입 등에 큰 비용이 들어가 시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사적지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에도 한계가 있었다.

신 주무관은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5·18 40주년인 올해 그 의미를 더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노력으로 40주년인 올해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 들어서는 민주인권 기념 파크 조성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5개 도시와의 경쟁을 이기고 국가 폭력 피해자 치유 기관인 국립 트라우마센터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헬기 사격 흔적이 남아 있는 전일빌딩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개관하며 옛 국군통합병원 부지에는 5·18 역사공원이 들어선다.

505보안부대 옛터,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도 원형대로 복원된다.

신 주무관은 "10년을 끌어온 민주인권 기념 파크 조성 사업이 국가사업에 반영됐고 국립트라우마 치유 센터가 들어서 광주의 위상이 높아지는 데 조금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40주년인 올해는 지지부진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