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는 한밤 중에 자고 있는 장병 300명을 깨워 얼차려를 시킨 육군 대대장을 가혹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사진=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는 한밤 중에 자고 있는 장병 300명을 깨워 얼차려를 시킨 육군 대대장을 가혹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사진=군인권센터
육군 대대장이 한밤 중 자고 있는 장병 300명을 깨워 얼차려를 주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10일 "육군 3사단에서 71포병대대장(중령 A씨)이 술을 먹고 부대로 복귀해 취침 중인 장병 300명을 연병장에 집합시켜 얼차려를 주는 등의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장병의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7일 토요일 자정, 간부회식을 마친 대대장은 돌연 부대로 복귀해 대대원 300명을 모두 연병장으로 집합시켰다. 그는 전날 발생한 휴대전화 사용 수칙 위반 사건을 언급하며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화를 냈다.

지난 6일 육군 3사단 포병연대 71포병대대 본부포대 소속 11명의 병사가 휴대전화 사용 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당직사관에 의해 적발됐고, 적발된 인원은 규정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 될 예정이었다.

대대장의 갑작스런 등장에 취침 중 갑자기 불려 나온 병사들은 이 같은 이유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수십 회, 위병소까지 선착순 달리기 등의 얼차려를 새벽 1시까지 받았다.

대대장은 얼차려가 끝난 후 분대장들을 따로 불러 '분대장들이 병력 관리를 잘못해서 군 기강이 해이해진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쓰게하고 이들 역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대대장은 같은 날 오후 1시에도 본부포대 병사 97명을 연병장에 집합시킨 뒤 새벽과 마찬가지로 얼차려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사용 수칙을 위반한 인원 중 1명을 지목해 이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100m 전력 질주 달리기를 30여 회 시켰다.

반복된 달리기로 해당 인원이 숨을 헐떡이며 힘들어하자 대대장은 의무병에게 AED제세동기를 가지고 오라고 지시한 뒤 "제세동기가 있으니 (뛰다) 쓰러져도 괜찮다"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센터는 "11명이 잘못했다는 이유로 부대원 전체를 새벽에 불러 내 얼차려를 주는 것은 엄연한 연좌제로 자기책임의 원리를 벗어난 것"이라면서 "'육규120 병영생활규정'에 따르면 얼차려는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잘못을 하지 아니한 이에게 임의로 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군에서 이와 같이 연좌제를 적용해 얼차려를 부과하는 것은 인권침해라 권고한 바 있다"면서 "새벽에 얼차려를 부과하거나, 30차례나 전력 질주 달리기를 시키는 것은 얼차려 규정 위반이다"고 덧붙였다.

'육규120'에 따르면 얼차려는 일과시간과 자유시간(08:00~20:00)에만 부여할 수 있으며, 전력 질주로 반복 달리기를 하게 하는 것은 규정된 얼차려 항목에 없는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센터는 또 "군이 얼차려 규정을 세세하게 명문화해둔 것은 지휘관의 임의에 따라 얼차려가 교육이 아닌 가혹행위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서 "규정 외의 얼차려는 모두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고 국방부가 간부들의 출타와 음주, 회식 등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하달했음에도 밤 늦게까지 대대 회식으로 술을 마시다 새벽부터 병사 수백 명을 연병장에 불러 얼차려를 준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군 기강 확립'을 핑계 삼아 병사들을 화풀이 상대로 대하는 대대장에게는 지휘관의 자격이 없다"면서 "육군은 즉시 대대장 중령 서승남을 보직해임하고, 규정 위반과 가혹행위의 책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군형법' 제62조 가혹행위 위반 혐의로 A 중령을 고발할 방침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