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염으로 열나는데…" 진료 기피하는 일반병원
이달 초 베트남에 다녀온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치아 스케일링(치석 제거)을 위해 서울의 한 치과에 갔다가 진료를 거부당했다. 발열과 기침 등 의심증상은 없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국가에 다녀왔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베트남은 확진자 수가 16명으로 한국보다 훨씬 적은데 병원이 진료를 못 한다고 했다”며 “의심환자도 아닌데 과잉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선 병원들이 해외에 다녀왔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는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심지어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과 대구·경북 등 코로나19 유행 지역 방문자 및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동선이 겹치는 사람 중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한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고열과 호흡 곤란 증상이 없고, 코로나 유행지 방문자 또는 신천지교회 관련이 아니면 일반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한다”며 “담당 의사가 감염이 의심된다고 하면 선별진료소로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일대 내과·이비인후과 등 병원을 둘러본 결과 환자를 받는 기준은 제각각이었다. 한 의원은 해외여행력이나 대구 방문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로 가라’는 안내문(사진)을 붙여 놨다. 다른 병원은 “최근 중국에 다녀온 사람은 병원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맘카페와 SNS에서도 “아이가 편도염인데 열이 난다는 이유로 진료 거부를 당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병원도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인 만큼 환자를 선별해 진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 전용 지식·정보 공유서비스 인터엠디가 의사 1003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6%가 ‘코로나19가 지역사회와 병원 내 대규모 감염을 통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속 병원이 실시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로는 ‘환자 선별 입장 및 출입 통제’(76.2%)가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는 “병원이 진료를 거부하면 일반적으로 관할 보건소에서 민원을 처리하지만 선별진료소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대신 국가가 선정한 국민안심병원을 방문하면 진료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