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염으로 열나는데…" 진료 기피하는 일반병원
대구·해외방문 묻지도 않고
"열나면 보건소 가라" 안내문만
"코로나 과잉대응" 지적도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선 병원들이 해외에 다녀왔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는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심지어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과 대구·경북 등 코로나19 유행 지역 방문자 및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동선이 겹치는 사람 중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한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고열과 호흡 곤란 증상이 없고, 코로나 유행지 방문자 또는 신천지교회 관련이 아니면 일반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한다”며 “담당 의사가 감염이 의심된다고 하면 선별진료소로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일대 내과·이비인후과 등 병원을 둘러본 결과 환자를 받는 기준은 제각각이었다. 한 의원은 해외여행력이나 대구 방문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로 가라’는 안내문(사진)을 붙여 놨다. 다른 병원은 “최근 중국에 다녀온 사람은 병원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맘카페와 SNS에서도 “아이가 편도염인데 열이 난다는 이유로 진료 거부를 당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병원도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인 만큼 환자를 선별해 진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 전용 지식·정보 공유서비스 인터엠디가 의사 1003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6%가 ‘코로나19가 지역사회와 병원 내 대규모 감염을 통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속 병원이 실시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로는 ‘환자 선별 입장 및 출입 통제’(76.2%)가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는 “병원이 진료를 거부하면 일반적으로 관할 보건소에서 민원을 처리하지만 선별진료소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대신 국가가 선정한 국민안심병원을 방문하면 진료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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