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서울대교구는 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사제서품식을 거행했다. 27명의 부제(가장 낮은 품계의 천주교 성직자)가 이날 서울대교구장인 염 추기경으로부터 성품성사를 받고 신부가 됐다. 염 추기경과 서울대교구 소속 주교들이 부제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비는 ‘안수 예절’을 하고 있다.
천주교 인천교구의 초대 교구장을 지낸 나길모 굴리엘모 주교가 지난 3일 미국에서 선종했다. 향년 94세. 미국 메리놀 대신학교 학부와 신학원을 나온 고인은 1954년부터 청주교구 내 본당 보좌신부와 주임신부를 지냈다. 1962년 초대 인천교구장에 임명돼 2002년까지 교구장을 지냈다. 위령미사는 10일 오전 인천 답동 주교좌성당에서 열린다.
종교계 지도자들이 경자년(庚子年) 신년 법어와 메시지, 신년사 등을 통해 지혜와 자비, 진정한 행복과 나눔, 화해와 평화, 겸손과 섬김의 리더십 등을 강조했다.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진제 대종사는 신년 법어를 통해 “종교는 인간 내면의 정화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불교의 가르침인 지혜와 자비가 기본 이념이 돼 생명 존중과 인류 행복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제 대종사는 “진여법계(眞如法界: 절대 진리의 세계)에는 만덕(萬德)이 갖춰져 있으니 내가 그대로 우리가 되고, 이기심이 그대로 이타심이 되며, 아만심(我慢心)이 그대로 자비심(慈悲心)이 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대한불교천태종 도용 종정은 신년사를 통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혜의 눈을 뜨고 자비의 마음을 열어야 그 주인이 될 수 있다”며 새해에는 나부터 선심으로 지혜를 밝히고 나부터 선업으로 자비를 실천해 일체 중생이 모두 함께 행복하기를 기원했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신년 메시지에서 “많은 것을 소유하고 높이 올라가려는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오히려 진정한 행복을 잃어버린다”며 “모든 일에 감사하고 가진 것을 다른 이와 나누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다른 이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공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윤보환 목사는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며 “해고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소수자 등 사회 경쟁에서 밀려난 약자들의 고통이 사라지길 원한다”고 했다. 아울러 “새해를 갈등이 화해로, 반목이 화목으로, 증오가 이해로 바뀌는 은혜의 해, 희년으로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는 “진정 국민을 위하고, 두려워할 줄 아는 선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로 세워지고, 남북이 자유 평화 복음 통일의 씨를 심는 해가 되기를 소원한다”며 “자기 성찰 없이 ‘내로남불식’ 사고에 사로잡힌 자들은 그 위선의 가면을 벗고, 진리 앞에 바로 서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증산도 안경전 종도사는 “상극의 질서에서 비롯된 반목과 대립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남을 먼저 살리는 상생의 대도(大道)로 모두가 거듭날 때”라고 강조했다. 안 종도사는 새해에는 지구촌 형제들이 궁극의 진리를 만나고 뿌리 기운이 넘치는 ‘깨달은 존재’로 거듭나 상생의 새 세상을 열어가기를 축원했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바티칸 주교회의, 아마존 '기혼 사제' 허용 권고아마존 '여성 부제' 도입 논의도 주목최근 바티칸에서 폐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에서는 남미 아마존의 부족한 사제 해소를 위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주는 권고안이 담긴 최종보고서가 채택됐다.시노드 안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 실제 오랜 전통을 깨는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시노드의 보고서를 두고 일대 변화의 신호탄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수백 년 로마 가톨릭 전통을 뒤집는 역사적 제안", "사제독신 규율에 획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가톨릭교회에서 사제독신제는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를 통해 교회법 규율로 명문화됐다.이후 수백 년을 거치며 16세기에는 제도로써 자리를 잡았다.사제독신제는 신앙적으로 사제가 온전히 하늘나라의 가치관에 대해 자신을 바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런 전통은 오래전 수도자에서부터 시작됐고, 이들 중 독신 사제가 더 존경을 받았기에 4∼5세기부터는 가톨릭교회에서 이를 권장됐던 것으로 전해진다.중세에 접어들며 교회 권력 부패 등 여러 문제가 생기자 개혁 차원에서 일반 사제들에 대한 독신이 강조됐고, 이것이 규율로써 강제됐다.물론 현재 모든 가톨릭교회에서 사제독신제가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동방정교회나 영국 성공회에서는 기혼 성직자를 받아들인 지 오래다.미국, 유럽지역 교회에서도 사제독신제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오고 있다.이번 시노드의 보고서는 구속력 없는 일종의 권고안이다.최종 결정 권한은 교황이 쥐고 있는데, 이런 결정사항을 담은 '사도적 권고'도 의무사항은 아니다.사도적 권고에 따라 사도독신제에 변화가 있다 해도 그 폭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시노드의 권고안 자체가 사제독신제를 대폭 손질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사제 부족을 호소하는 남미 아마존 지역에 국한해 기혼 남성에게 예외적으로 사제직을 허용하는 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가톨릭대 교수인 박정우 신부는 전화 통화에서 "(시노드 권고안은) 사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결혼한) 남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아마존 기혼 사제 문제는 그런 차원에서 허용할 가능성 크다.교회 전반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시노드 보고서를 통해 함께 제안된 아마존 내 여성 부제 인정도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문제다.가톨릭교회는 공식적으로 여성 사제는 물론 여성 부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사제가 주교, 신부를 말한다면 부제는 신부처럼 미사나 성체성사를 주례하지는 못하지만 강론과 세례·혼인 성사는 집전할 수 있는 성직자를 말한다.하느님 앞에 모든 인간은 성별을 떠나 존엄하고 평등하지만, 여성은 여성 나름대로 독특한 소명이 있다는 이유가 남성만이 사제, 부제를 하는 근거가 돼 왔다.가톨릭교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가부장제에 기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비판을 내놓는다.향후 공의회 등 더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여성 부제가 인정되더라도 교회 안에서 여성 부제의 역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여성 부제가 있는 자체만으로도 큰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성직자로서 역할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 한 관계자는 "남성 부제도 실제 영향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제야 여성 부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정도"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