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폐렴 심하지만 체온은 38도, 진단 어려움"
'3번·17번 확진자 입원' 명지병원 이사장 "국내 환자들 1주일 만에 폐렴 진행"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보니 증상 발생 1주일 후부터 폐렴이 시작돼 이후 5일 간 심해집니다. 증상이 시작된 지 10일 정도에 가장 심한 상태로 발전하죠. 치료 환자 대부분 비슷한 경과입니다."

◆완치 임박한 3번 환자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5일 확진 판정을 받은 17번 환자(38·남)는 이날부터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3번 환자(54·남)도 이 병원에서 17일째 치료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두 명의 환자 모두 양호한 상태다. 3번 환자는 한때 폐렴 증상이 심해졌지만 어려운 상황은 넘긴 것으로 의료진은 판단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경과가 가장 빨랐던 2번 환자(55·남) 이후 1번 환자(35·여), 3번 환자도 차례로 퇴원 수순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며 "클리니컬 코스가 비슷하고 환자들이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은 명지병원 외에 인천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서울대병원, 원광대병원, 국군수도병원 등 8곳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앙임상위원회를 구축했다. 환자 치료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질환이다. 표준 진료법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치료법은 물론 퇴원 기준 등도 만들어가고 있다"며 "한국 의료진들의 집단지성으로 사태를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 한국은 의료인프라 달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한 환자는 490명에 이른다. 치사율이 2% 정도지만 의료계에서는 실제 치사율이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국내서 사망한 환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한국의 의료 인프라는 중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고 했다.

다만 환자들의 증상보다 폐렴이 많이 진행돼 있던 것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이 이사장은 "엑스레이 상으로 폐를 찍어 보면 폐렴이 심해 열이 39도, 40도 정도는 나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실제 환자 체온은 38.3도 정도로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 사례는 중국, 독일 등에서도 보고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무증상 감염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경과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이사장은 "몸 속 바이러스 양이 많아 전파 가능한 수준으로 밖에 나올 수 있지만 환자는 심한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무증상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3번·17번 확진자 입원' 명지병원 이사장 "국내 환자들 1주일 만에 폐렴 진행"

◆"과도한 공포는 삼가야"

환자를 완치 단계까지 치료한 경험이 쌓이면서 국내 의료진들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과도한 공포심은 치료를 방해한다. 그는 "과학과 의학에 근거를 갖고 전문가인 소방수들이 불을 끄고 있다"며 "호스를 잡고 물을 뿌려본 소방관들은 사태를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의료진들을 믿어달라는 것이다.

매출이 40% 정도 뚝 떨어지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하고 있지만 이 이사장은 "괜찮다"고 했다. 다만 일선 의료기관 등에 진단키트는 하루빨리 보급돼야 한다고 했다. 선별진료소 등에서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을 바로 검사하고 선별할 수 있어야 국민들의 공포심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임상 증례상 95% 독감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바로 진단할 수 없다"며 "의료기관들도 과잉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명지병원에서 환자치료에 참여하는 의사는 4명이다. 간호사 10명이 3교대 근무를 하며 환자를 돌본다. 전신이 막힌 방호복을 입고 매일 환자의 열을 재고 환자가 사용한 시트 등을 바꾸는 일은 숨이 차고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애쓰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이름을 공개해달라는 질문에 명지병원은 이들의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감염병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이라는 이유로 환자들이 치료를 꺼린다는 이유에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감염 위험이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통한 추가 감염 위험은 없다.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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