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기춘 블랙리스트' 선고

하급심마다 엇갈린 판결
대법, 성립 요건 등 구체화할 듯
대법원이 오는 30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선고하면서 그동안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직권남용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호한 직권남용죄…명쾌한 기준 나온다

23일 대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을 심리 중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오후 2시에 선고를 내린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열린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수석들에게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 명단 작성을 지시하고,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공모해 문체부 고위인사에게 사직서를 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날 선고에서 대법원이 직권남용의 성립 요건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시키거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다.

그러나 조문상 ‘직권’ ‘남용’ ‘의무’ 등에 대한 해석이 모호해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8년 7월부터 김 전 실장 사건을 넘겨받은 전원합의체는 1년 반 넘게 해당 법리에 관해 집중적인 검토와 토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내놓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리 정황을 파악하고도 부하 직원들에게 감찰 중단을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현 정권을 상대로 수사하던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킨 인사의 향후 법적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직권남용 관련 고소·고발 건수는 매년 5000~6000건에 머물다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2017년(9741건)부터 대폭 증가하기 시작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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