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국가가 지출한 3723억원 중 70%를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국가가 유 전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유 전 회장 자녀인 섬나(53)·상나(51)·혁기(47)씨 남매가 선주배상책임공제계약 등에 따라 먼저 공제된 부분을 제외하고 총 170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49)는 상속 포기가 이뤄져 배상 책임을 면했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 제공자’에 해당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장기간 화물을 과적하거나 고박(결박)을 불량하게 하는 등 위법행위를 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 전 회장은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감시·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가가 청구한 4213억원 중 국정조사나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운영, 공무원 수당, 추모사업 관련 비용 등에 대해선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비용 모두를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국가에 부여한 국민 생명 보호 의무 등을 전가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렇게 인정된 3723억원 중 유 전 회장 일가가 책임질 부분은 70%인 2606억원이라고 판단했다. 국가 사무를 맡은 해경의 부실 구조, 한국해운조합 등의 부실 관리 등도 사고 원인이 됐다는 이유에서 국가의 책임이 25% 있다고 봤다. 나머지 5%는 화물 고박 업무를 담당한 회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