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기생충 '톡소포자충' 감염 쥐 분석 결과
그 쥐가 고양이 앞에서만 대담했던 것은 아니었다

쥐는 고양이를 종말숙주로 한 기생충인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에 감염되면 행동이 대담해지면서 포식자인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이런 쥐들을 쉽게 잡아먹고 배설물을 통해 더 많은 톡소포자충을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기생충을 이용한 조종의 교과서적 사례가 돼왔는데, 감염된 쥐가 꼭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만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물 의학 저널 출판사인 '셀 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제네바대학 유전·진화학과 이반 로드리게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톡소포자충이 감염된 쥐의 고양잇과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동과 신경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과학 저널 '셀'(Cell)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톡소포자충은 단세포 기생충으로 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혈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인간 역시 감염 대상이어서 톡소플라스마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심할 경우 임신부의 유산을 유발하고 HIV 감염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했을 때는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조현병이나 파킨슨병, 양극성 장애 등과 같은 여러 정신병의 위험 요소라는 주장도 제기돼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통해 쥐의 톡소포자충 감염이 고양잇과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만 선택적으로 줄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십자 고가 미로'(EPM) 실험에서 감염 5~10주 된 쥐는 감염되지 않는 쥐와 비교해 양쪽에 벽이 없는 고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새로운 환경에서도 탐험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쥐가 고양이 앞에서만 대담했던 것은 아니었다

잠재적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자의 손에 대해서도 감염되지 않는 쥐는 피하거나 방어적인 행동을 보였지만 감염된 쥐는 손을 곧바로 접촉하고 상호작용을 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톡소포자충 감염이 두려움과 위험회피를 줄이고 호기심과 탐사적 행동을 늘린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동물 오줌에 대한 반응 실험에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고양이 오줌에 분명한 선호 행동을 보였으나 기니피그나 여우 오줌에도 관심을 나타내 고양이 오줌만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또 감염 10~12주 된 쥐의 뇌를 3차원으로 분석해 낭포(물혹) 분포와 크기, 수를 파악한 결과, 톡소포자충이 있는 조직내 낭포의 밀도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곳인 대뇌피질에서 특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톡소포자충이 유발하는 행동 변화의 심각성이 낭포의 양과 신경염증과 관련돼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톡소포자충이 특정 신경 개체군에 직접 작용하기보다는 신경염증을 통해 행동조종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톡소포자충에 의한 행동 변화가 고양이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짐으로써 감염된 설치류가 포식자들에게 잡혀 톡소포자층이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인간은 톡소포자충 감염에서 설치류보다 약한 증상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연구결과를 확대해석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논문 공동 책임저자인 제네바대학의 도미니크 솔다티-파브르 교수는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인간이 미묘한 행동변화을 보일 수 있다고 해도 인간 뇌의 염증이 실험실에서 감염된 쥐들이 보인 것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돼도 (정신이상이나 행동적 문제가 있는) '미친 고양이 숙녀 신드롬(crazy cat lady syndrome)'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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