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졸업후 5년내 5회만 응시可…'응시기회 영구상실' 678명
군 복무는 응시기간 추가 부여…임신·출산은 규정없어 '논란'
美, 州별로 응시 횟수·기간 제한 없거나, 있어도 횟수만
[팩트체크] 병역·출산에도 변시 5년간-5회 '칼 적용'?
10년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례는 법조계의 '전설' 급으로 회자된다.

하지만 윤 총장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세대였다면 그의 '9전 10기' 스토리는 존재할 수 없었다.

로스쿨 제도하에서 판·검사·변호사로 가는 관문 격인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후 5년 이내에만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졸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 5년 이내에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하면 영원히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1963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사법시험이 오랜 기간 직업 없이 시험준비에 매달리는 이른바 '고시낭인'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따라 도입된 규정이다.

1년에 한 번만 치러지는 시험인 만큼 로스쿨 졸업 후 5년 동안 해마다 쉬지 않고 시험에 응시해야 법이 보장한 응시 기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5회 탈락하면 다시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만큼 개인 사정으로 응시 기회를 한 번만 잃어도 수험생에게는 큰 타격이다.

5차례 변호사 시험에 낙방해 더는 응시할 수 없게 된 사람은 이른바 '오탈자(五脫者)'로 불리는데,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되는 올해 현재 그 수가 최소 678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우리는 환생이라도 해야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 복무 뒤 곧바로 시험을 치르느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례, 임신·출산 때문에 정상적으로 시험을 준비할 수 없었다는 사례, 암에 걸렸는데도 시험준비를 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사례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수험가를 떠돌고 있다.

[팩트체크] 병역·출산에도 변시 5년간-5회 '칼 적용'?
우선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 제한이 로스쿨 졸업 후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수험생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은 사실일까?
변호사시험법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그 이행 기간을 응시 가능 연한(로스쿨 졸업후 5년)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응시 횟수는 5회로 동일하지만 응시 기간을 군 복무 기간 만큼 늘어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군 복무 뒤 곧바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수험생에게 불리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군 제대 후 첫 번째로 치러지는 변호사시험은 준비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에 5차례의 응시 기회 중 한 번을 사실상 날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임신이나 출산으로 시험 준비를 못 한 경우는 법률상 아예 '배려 대상' 자체가 아니다.

변호사시험법은 응시 연한(5년)에서 병역 이행 기간만 예외적으로 카운트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임신이나 출산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어도 한 번의 응시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다.

특히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여성 수험생의 대부분이 가임기 여성이라는 점에서 '5년간 5회 응시' 규정에 임신·출산 관련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은 형평성 지적은 물론 '모성보호'와 '출산장려' 같은 국가 정책 기조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가능해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7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여성 수험생 1천505명 중 25세 이상 35세 미만 응시자는 모두 1천267명(84.2%)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법 개정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지난해 8월 임신이나 출산으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경우 시험응시 기회를 1회 더 부여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 논의된 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병에 걸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어떨까? 임신·출산과 마찬가지로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치료 기간을 배려하지 않는다.

병에 걸렸어도 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해당연도 응시기회를 잃는 것이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심각한 병에 걸리고도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팩트체크] 병역·출산에도 변시 5년간-5회 '칼 적용'?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응시기간 제한만이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스쿨 졸업 후 연한에 관계없이 5회 이내에서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달 발표한 대한변호사협회 '오탈자 대책'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변호사시험이 시행되는 35개 주 중 19개 주는 응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었다.

또 워싱턴 D.C.와 애리조나, 아이오와 등 나머지 16개 주도 응시 횟수만 2∼6회로 제한하고, 응시기간은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로스쿨 도입 당시 변호사시험을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 형식으로 자격시험화(化)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응시 연한과 횟수를 제한했던 것"이라며 "응시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응시기간 제한이 없는 다른 전문자격사들과의 관계에서 평등권 침해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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