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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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9시간’ 근로시간을 ‘주30시간’으로 단축하려던 전국철도노조의 총파업이 5일 만에 철회됐다.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노조가 얻어낸 건 1.8% 임금 인상에 불과해 “처음부터 국민을 볼모로 잡은 불필요한 파업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도노조와 한국철도(코레일)는 이틀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25일 오전 6시쯤 협상을 타결했다. 합의 내용은 2019년도 임금을 전년 대비 1.8% 인상하고, 정률수당은 내년 1월부터 지급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인 인력 충원 문제는 철도노사가 국토부와 함께 협의하기로 했다. 코레일관광개발 임금·승진체계 우선 논의, 자회사 직원의 임금개선 건의, KTX·SRT 고속철도 통합 문제도 노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사실상 노사가 합의한 것은 임금 인상에만 국한됐던 셈이다.

합의 내용이 나오자 철도노조 안팎에선 ‘굳이 파업이 필요했느냐’는 반응 일색이다. 노사협약을 통해 매년 1~2%대 임금 인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도 노사는 2018년 임금을 전년 총액 대비 2.6% 인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 20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던 철도노조는 현행 3조 2교대를 내년 1월 1일부터 4조 2교대로 전면 개편하자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
23일 '현장 인력 충원' 촉구하던 철도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
23일 '현장 인력 충원' 촉구하던 철도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
현재 3조 2교대는 나흘 일하고 이틀을 쉬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4조 2교대가 되면 이틀 근무에 이틀 휴무(비번, 휴무)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또 코레일의 협의안대로 1800명가량을 충원해서 4조 2교대를 하게 되면 주당 35시간 정도로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철도노조에 대해 "근무시간 줄이면 임금도 그만큼 깍아야지 더 늘려달라는 도둑놈 심보다"라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철도노조는 회사도 국민도 없고 오직 자기 철밥통 (생각) 뿐이다. 이제는 국민이 후안무치한 철도노조를 심판해야 한다"면서 "이번 철도파업 때문에 노조가 요구하는 KTX와 SRT 합병은 완전히 물건너 갔다. 만약 합병했다면 SRT까지 정상운행 못했을 것 아닌가. 그나마 교통지옥까지 안간건 SRT가 KTX와 회사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늘 보도 보니 파업 이유가 주31시간 근무에 임금은 4 %인상이다"라며 "이게 다 국민돈인데 국민들 인질 삼고 협박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가 빈손으로 파업을 철회한 배경에는 당초 핵심쟁점에 대해 노사간 입장차가 워낙 큰데다 지난 주말 대학 입시와 관련해 수험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수험생들은 논술·수시 면접 등 대학 입시를 치르기 위해 열차를 이용했고 한국철도는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특별 대책을 시행했지만 많은 수험생 가족들이 불안감을 겪었다. 게다가 25일부터는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 파업을 이어가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