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잃어버린 20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경찰이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을 이춘재로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양(당시 13세)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 당하고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듬해 7월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윤씨는 같은해 10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 됐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진범'이라는 주홍글씨에서 벗어났지만 억울하게 옥살이한 시간들은 보상받지 못한다.

윤씨는 지난 13일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측이 공개한 당시 윤씨가 작성한 진술서에는 윤씨가 피해자 박양의 집 주변의 담을 한손으로 잡고 발을 올리는 식으로 담을 넘어 침입해 범행 후 같은 방법으로 빠져나왔다고 적혀있다.

윤씨는 어린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윤씨 측은 그가 이런 방식으로 담을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며 당시 현장검증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사진을 보면 범행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윤씨 측은 화성 8차 사건 재심 청구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씨 측은 화성 8차 사건 재심 청구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이춘재는 지난 9월 "대문이 열려있어 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다 나왔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수법에 대해서도 윤씨는 자고 있던 박양의 입을 왼손으로 막고, 오른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전날 이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피해자 목에 난 상처 사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상처는 맨손이 아닌, 천에 의한 쓸림 현상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이춘재의 자백과 일치한다.

이춘재는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손에 착용한 상태로 목을 졸랐다고 털어놨다.

박 양의 뒤집어진 속옷 하의에 대한 두 사람의 진술도 경찰이 이 사건 진범을 이춘재로 판단하는 데 주요한 근거가 됐다.

경찰은 주요 대목에서 엇갈리는 윤 씨와 이춘재의 자백을 비교 분석해 이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로 사실상 특정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글도 잘 모르는 윤씨가 고급 단어를 구사하며 진술서를 작성했다. 누군가 진술서 내용을 불러주거나 보여준 대로 쓰게 한 정황"이라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윤씨에 대한 고문 등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허위자백을 강요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