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험 대입 개편안과 무관하지만 수능 신뢰성 가늠자 될 듯작년까지 3년 연속 '불수능'…배경지식 유무 따라 체감 난이도 다른 문제 반복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공교롭게도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치러진다.정부가 수능 위주 정시모집을 확대하는 쪽으로 대입 개편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올해 수능 난이도에 관심이 집중된다.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달 말 정시 비중 확대를 포함한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이번 방안은 일러도 2022학년도 대입에 적용될 전망이어서 올해 수능과 직접 상관은 없다.하지만 정시확대가 공언된 만큼 수능이 '적정한 난이도로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인지 확인하고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수능 때마다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기준 삼아 기존의 기조를 유지해 문제를 냈다"고 '출제 기조'를 밝혀왔다.그러나 수능 난이도는 해마다 들쑥날쑥했고 논란이 반복됐다.작년에는 국어영역이 매우 어려워 논란이었다.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점수 최고점이 오르는데, 지난해 국어영역은 150점으로 표준점수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특히 국어영역 31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이 문제는 만유인력을 설명한 지문을 읽고 옳은 보기를 고르는 형태로, 어렵기도 했지만, 배경지식이 있는 수험생은 보기만 읽고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일부 수험생·학부모는 국어영역 31번 문제를 비롯해 15개 문제가 고교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결국 평가원은 지난 3월 올해 수능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어영역 31번 문제의 정답률 예측에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초고난도 문제 출제는 지양하겠다고 밝혔다.2018학년도와 2017학년도 수능도 '불수능'으로 분류된다.2018학년도 국어영역에는 환율이나 상품가격이 단기에 급등락하는 '오버슈팅 현상'을 다룬 지문과 문제가 나왔는데 이 역시 배경지식 유무에 따라 체감난이도가 달라 논란이 됐다.2011학년도, 2009학년도, 2002학년도 수능도 어려웠다.특히 2002학년도 수능은 '불수능'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원조'로 꼽힌다.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쉽게 출제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었다가 충격받은 학부모와 학생을 생각하면 매우 유감스럽다"고 사과까지 했다.반대로 2012학년도와 2001학년도 수능은 각각 만점자가 30명과 66명에 달하는 '물수능'으로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2001학년도에는 특히 만점자 1명이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특차모집에 떨어지면서 입방아에 올랐다.정시가 확대하면 수능 난이도 조절과 함께 '출제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도 더 중요해진다.그간 2004·2008·2010·2014·2015·2017학년도 수능에 출제오류가 있어 복수정답이 인정되거나 '정답 없음'으로 처리된 바 있다.2017학년도에는 한국사와 물리Ⅱ 두 과목에 출제오류가 있었다./연합뉴스
졸업생 작년보다 늘어 전체 지원자의 26%…입시전문가 "졸업생 강세 뚜렷할 것"14일 치러지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수능 27년 역사상 가장 적은 총 54만8천734명이 지원했다.학령인구 감소로 재학생 지원자가 대폭 줄어든 반면 졸업생 비율은 늘었는데 이런 변화가 표준점수나 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올해 수능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4만6천190명 줄었다.인구 감소 영향으로 재학생 지원자가 작년보다 5만4천87명 감소한 39만4천24명에 그쳤다.재학생 지원자가 40만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수능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반면 졸업생은 작년보다 6천789명 늘어나 14만2천271명이 지원했다.전체 지원자의 25.9%로, 수능 지원자 네 명 중 한 명이 재수·삼수 또는 여러 번 수능을 치는 'n수생'인 것이다.졸업생 지원자가 늘어난 이유로는 우선 올해 수능이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마지막 수능이라는 점이 꼽힌다.2021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빠지고 수학 나형에 삼각함수가 포함되는 등 출제범위가 달라진다.2022학년도에는 국어·수학에 선택과목이 도입되는 등 시험 구조까지 달라진다.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이 2019학년도보다 소폭 늘어난 점도 졸업생 지원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지역 15개 주요 대학은 2020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위주 전형으로 27.5%(1만4천261명)를 뽑는다.2019학년도(25.1%·1만2천895명)보다 2.4%포인트 늘었다.의대 선발 인원이 2019학년도에 전년보다 15% 이상 늘어났던 것이 올해 수능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입시 전문가들은 재수생들이 원래 수능에서 강세를 보였는데 올해는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했다.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올해 입시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역대 가장 커서 재학생들이 학종·내신에 투자하느라 수능 준비가 약했다"며 "수능 공부만 한 졸업생들이 올해 크게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임 대표는 "주요 대학 모집인원은 그대로인데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상위권 재학생에게도 호재이지만, 상위권 재학생은 수시 합격으로 수능을 안 보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졸업생한테 더 유리한 기회"라고 덧붙였다.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도 "졸업생이 원래 수능에 강한데 올해는 더 약진할 것"이라며 "표준점수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등급은 재학생이 0.2등급 정도 떨어질 거라고 봐야 한다"고 예상했다.이 소장은 "재수생은 중상위권이 많으므로, 중위권 재학생들이 수능 최저등급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12월 4일 성적 발표, 12월 26일 정시 원서접수입시전문가 "가채점 결과로 수시·정시 지원 결정해야"대학수학능력시험이 14일 끝나면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 수능 성적 발표, 정시 지원 등 2020학년도 대입 전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수능 후 첫 주말인 16∼17일 건국대, 경희대, 단국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서울여대, 숭실대 등에서 대학별 수시모집 논술전형이 진행된다.다음 주말인 23∼24일에도 경북대, 부산대, 광운대, 세종대, 중앙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의 논술전형이 실시될 예정이다.수험생들은 수능 이후 수시와 정시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수능 이후 수시 대학별 고사는 대부분 이달 셋째 주부터 다음 달 첫째 주까지 치러진다.주요 대학 대부분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하므로, 수시 논술전형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수능 가채점 결과만으로 자신이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는지 가늠해야 한다.학원계에서는 수능 성적이 평소보다 잘 나왔다면 정시모집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 100%로 신입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수시모집으로 지원해 놓은 대학이 정시에서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수시 대학별 고사 응시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수시모집에서 어느 한 군데 추가 합격이라도 하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모집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가채점 결과를 기준으로 평소보다 수능 점수가 낮게 나왔다면 이미 지원한 수시모집 대학의 고사 준비에 집중하고 점수가 잘 나왔다면 정시모집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대학별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는 다음 달 10일까지다.수시모집 합격자 등록 기간은 다음 달 11∼13일, 수시 모집 미등록 충원 등록 마감일은 다음 달 20일이다.12월 4일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이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대학별로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진행된다.정시모집 전형 기간은 가군 대학의 경우 내년 1월 2∼10일이며, 나군과 다군 대학은 각각 같은 달 11∼19일, 20∼30일이다.2020학년도 정시 모집에서는 190개 대학에서 7만9천9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정시 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인문·자연계 모집단위의 경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32개 대학에서 수능시험을 100% 반영한다.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이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라며 "올해도 대부분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으로 선발한다.정시모집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경우도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이 낮기 때문에 사실상 수능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말했다.정시모집 합격자 발표는 내년 2월 4일까지이며 등록 기간은 내년 2월 5∼7일이다.추가합격자 발표는 내년 2월 27일까지 완료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