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바노바기 제품
피고 바노바기 제품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가 포장 디자인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이겼다. 포장 디자인을 맡은 유통회사가 계약이 끝난 뒤 병원이 부정경쟁행위를 하고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다. 법원은 제품의 포장 디자인보다 브랜드 가치에 더 주목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3부(부장판사 박원규)는 최근 화장품 도매업체 A사가 주식회사 바노바기를 상대로 “마스크팩 포장 디자인을 사용하지 말고,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 A사 제품
원고 A사 제품
바노바기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만든 화장품 브랜드다. A사는 바노바기와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고 마스크팩을 유통하다가 계약이 끝나자 비슷한 디자인의 마스크팩을 제작·판매했다. A사는 바노바기 마스크팩 디자인이 자사가 직접 개발한 것이므로, 바노바기가 기존 포장을 계속 사용하는 건 부정경쟁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사가 디자인한 마스크팩 포장보다 마스크팩을 제작한 바노바기 브랜드의 신뢰도에 무게를 실어줬다. 재판부는 “소비자는 마스크팩에 붙어 있는 바노바기란 상표를 통해 해당 제품을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지식과 경험으로 생산된 제품으로 인식하고 구매했을 것”이라며 “포장 디자인보다 바노바기 상표가 제품 매출에 훨씬 더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A사가 항소를 포기해 확정됐다.

바노바기 측을 대리한 김동원 김앤장 변호사는 “기존 계약관계에 있던 회사들이 경쟁관계가 되면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이 추상적이라 이번 판례가 법을 해석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